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김형오 선택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6.23 16:01
글자크기
공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6월 국회 개회가 미뤄져온 끝에 23일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열겠다며 소집요구서를 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에 반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의사일정 등에 대한 여야 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회 개회 여부는 결국 김 의장의 '결단'에 좌우될 상황이 됐다.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끈질긴 인내심으로 한 달 가까이 민주당과 협상해왔지만 정략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민생과 여야간 합의를 헌신짝 취급하는 민주당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같은 시각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죽을 각오로 싸우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있다"며 실력 저지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의 국회 소집요구서가 접수되자 국회 정문에 소집공고문을 게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소집요구서가 접수되면 국회의장은 국회 개회 3일 전에 이를 공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6일 국회가 열릴 수 있게 됐다.



개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여야 원내대표단은 의사일정을 협의해야 하지만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원대대표간 합의가 실패할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짠 뒤 개회를 선포할 수 있다. 사실상 국회 개회 여부가 김 의장의 손에 달린 셈이다.

국회가 열린다 해도 경색 국면이 쉽사리 풀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관련법과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이 워낙 크다. 민주당이 로텐더홀 점거농성을 계속 이어갈 경우 지난 연말연초처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김 의장에 대한 경호권 발동이나 직권상정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지난해 말부터 여권으로부터 쟁점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여당 수뇌부로부터 "누가 뽑아 줬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원망을 들었다. '국회 폭력사태'를 두고 국회의장이 우유부단한 결과라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 22일 전직 국회의장단과의 회동에선 박준규 전 의장으로부터 "지도자는 이끌어야지 따라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그렇다고 냉큼 여당 손을 들어주는 것 역시 부담이다. 국회의장이 여야 중재를 위해 노력하기 보단 여당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이 불 보듯 뻔하다.



현재로선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요구를 무조건 일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6월 말까지 1주일가량 시간이 남은 만큼 여야 타협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면서 절충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의장이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를 정상적으로 열고 운영하려면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이 의사일정에 합의해야 한다"며 "국회의 정상적 개회에 관한 합의를 만들어내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간을 벌더라도 여야의 합의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김 의장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