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2300억원대 부외(簿外) 부실

더벨 김동희 기자 2009.06.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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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유동화의 비밀]①아리랑에스에프 신용파생 손실…"농협이 메워야"

이 기사는 06월19일(16: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농협이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2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외(簿外)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7월 설립한 아리랑에스에프유동화주식회사(SPC)가 외화 신용파생상품 등에서 입은 손실이다.



아리랑에스에프는 콘듀잇(Conduit) 프로그램에 따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특수목적회사다. 기아자동차, 롯데캐피탈 채권을 비롯해 국내 처음으로 합성 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DO) 등 외화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기초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서는 농협이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있다. 아리랑에스에프의 자산은 농협의 부외(簿外)자산이고, 부채는 농협의 부외부채다. 아리랑에스에프에서 발생한 부실은 결국 농협이 부담해야 하는 손실인 셈이다.



3월말 총자본 -2316억원..3개 시리즈 신용파생 기초자산 평가액 '0'

납입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범한 아리랑에스에프(SPC)는 3월말 현재 총자본 -231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크게 하락한데다가 파생상품 손실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Synthetic CDO 등 신용파생상품으로 구성된 기초자산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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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금융위기로 보유하고 있는 신용파생상품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산보다 부채규모가 커졌다.



3월말 현재 아리랑에스에프의 기초자산(유동화자산)은 3678억원이 남았지만 유동화부채(ABCP)는 4449억원에 이른다. 전체 자산은 3746억원으로 부채총계(6062억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미 손상차손으로 처리한 규모는 1850억원에 달했다. 아리랑에스에프는 지난해 3월 시리즈 I의 기초자산인 Synthetic CDO 178억원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이후 매분기 규모를 늘려 지난해 말에는 시리즈 I뿐 아니라 J, K(기초자산)의 평가금액과 장부가액 1097억원을 모두 0원으로 평가했다. Synthetic CDO, ING IM Managed Synthetic CDO, Cash Flow CLO의 가치회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부채도 급증···기초자산 부실로 헤지효과 사라져



국내 최초로 외화자산을 유동화하면서 이와 연계한 파생상품거래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

아리랑에스에프의 파생상품부채는 지난해 3월말 303억원에서 지난해 말 1085억원으로 증가하더니 올 3월말 현재 1541억원으로 늘었다. 기초자산 대비 파생상품부채 비중이 3월말 현재 41%에 달한다.

손익계산서에 계상한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지난해 연간 1015억원 이었다. 올해 1분기중에도 44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기초자산의 가치가 없어지면서 환위험 헤지를 위해 체결한 통화스왑거래가 환율 상승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축소될 여지는 남아 있다.



기초자산이 살아있어 헤지효과가 있다고 인정되는 파생상품평가손실(기타포괄손익계정으로 자본에서 직접 차감)은 3월말 현재 22억원이다. 대부분 원화 기초자산에 대한 이자율스왑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외화자산 유동화 시리즈인 I,J,K와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리랑에스에프의 자본잠식은 결국 농협의 손실이다. 아리랑에스에프가 발행한 ABCP에 대해 매입약정을 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3개 시리즈중 시리즈 I가 발행한 ABCP을 최근 매입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아리랑에스에프가 남은 시리즈를 계획대로 진행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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