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소송' 韓다윗, 매출없이 연구매진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6.10 16:29
글자크기

직원 9명 자전거부품업체… 日시마노와 특허전쟁 1승1패 "승리 자신"

↑유혁(26) 엠비아이 대표↑유혁(26) 엠비아이 대표


세계적인 일본 자전거업체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중소 자전거부품업체 엠비아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엠비아이는 일본 글로벌기업(매출 3조5000억원, 직원 5500명)인 시마노사와의 특허분쟁을 벌여 현재까지 1승1패를 거뒀다. 일본 특허청은 지난 4월 엠비아이의 손을 들워줬고 독일 지방법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시마노사의 손을 들어줬다.

엠비아이는 대표가 20대인데다 전체 직원이 9명이고 설립 후 15년째 연구개발(R&D)에만 몰두, 매출을 기록하지 못한 별난 회사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운영비용 모두 지인과 주주들이 회사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돈으로 해결한 만큼 부채도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아버지와 나의 꿈"
유혁 대표는 1983년생으로 올해 만 26세. 유 대표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2005년 정식으로 엠비아이에 입사, 지난해 12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엠비아이의 창업자는 현재 기술고문으로 자전거 연구에 몰두해 온 아버지 유문수(54)씨이다. 엠비아이측은 지분율을 밝힐 순 없지만 아버지인 유 고문이나 유 대표가 최대 주주가 아니며 회사를 지원해주는 주주들이 따로 있다고 밝혔다.

'1조 소송' 韓다윗, 매출없이 연구매진
엠비아이의 원래 이름은 세계산업으로 유 대표의 아버지인 유문수 기술 고문이 지난 1994년 설립했으며 2005년 사명을 엠비아이로 바꿨다. 유 고문을 비롯한 5명의 기술진들은 외부에 노출돼 자전거 몸체에서 이탈되기 쉬울 뿐 아니라 변속 속도도 느리고 소음까지 많은 기존 자전거 변속기의 개선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실패 끝에 밀폐된 원통 장치에 부품들을 한 데 묶어 넣음으로써 보기에 깔끔하면서 속도도 빨라지는 변속기를 개발했고 마침내 1999년 12월 국내 특허출원(특허번호 436697)을 한 후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38개국에 특허 등록을 마쳤다. 중소기업으로 비용 부담이 큰 과정이었지만 주주들의 지원과 기술이 곧 경쟁력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로벌 기업 시마노에 정면 도전"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변속기 양산 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에 일본 시마노가 엠비아이와 유사한 변속기를 장착한 자전거를 출시해 유럽을 중심으로 매년 5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것을 알고 엠비아이 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파악한 결과 기술유출은 없었지만 시마노 변속기의 특허가 엠비아이보다 3개월 늦은 2000년 3월 등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 3월 유럽에서 자전거 수요가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인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 법원에 '자전거 변속기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마노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선 일본 특허청에 엠비아이 특허의 무효 심판을 청구해 압박하면서 한 편으로는 합의를 제안하는 냉온전략을 썼다. 엠비아이는 이에 대해 기술 사용료와 피해금액을 추산해 약 1조원을 제시했고 시마노는 협상을 거부했다.

지난 4월 일본 특허청은 피해 배상 규모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소송비를 원고인 시마노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엠비아이 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시마노가 엠비아이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려 시마노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까지 1승 1패인 셈이다.

유 고문은 "특허 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승소여부가 아니라 특허 기술을 어디까지 인정해 주느냐는 것"이라며 "이번 독일 판결도 최종 판결문을 받아 기술 인정 여부가 어디까지 인가를 파악해야 정확한 승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유 대표는 이제 첫 단추를 꿰었다는 생각이다. 그는 "시마노와의 특허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결정 날 승부가 아니다"며 "특허 분쟁과 상관없이 오는 9월부터 초소형 3단 허브내장 변속기 등 3종의 변속기를 생산할 예정이며 최근 웰빙바람과 함께 자전거 이용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엠비아이의 변속기 기술에 대해 국내 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자전거 변속기 시장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시마노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술력을 증명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표적 자전거 전문가인 이형기 부경대 전기제어공학부 교수는 "자전거 부품 가운데 가장 비싼 부분이 변속기인데 시마노는 세계 최고의 변속기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엠비아이를 지원해 이 기술 특허를 국내 업체가 확보하게 된다면 앞으로 국내 자전거 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허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인기 태평양법무법인 변리사는 "특허 전문성을 갖춘 2심 재판부의 판결이 가장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판결내용을 파악한 후 엠비아이측과 상의해 소송을 진행해 나가겠지만 특허 출원 시점이나 기술적 특성 모두 자신이 있기 때문에 2심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