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공주도 재개발·재건축 반발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6.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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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쟁안돼 민간업체 설자리 잃어…주택 품질 제고도 문제

"택지 조성비를 낮추기 위해 택지개발도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는 판에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 민간기업이 참여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한 대형건설사 수주 담당 임원)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주택공사와 한국감정원이 이미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서울시 산하 SH공사도 도시재생본부를 신설하고 시장에 본격 뛰어들기로 함에 따라 건설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사업성이 가장 뛰어난 서울 재개발·재건축시장을 공공기관인 SH공사가 주도할 경우 민간건설사들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즉 공기업이 시행권을 독점할 경우 민간 업체 입장에선 단순 시공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H공사가 시행하는 사업장에 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용적률에 인센티브를 줄 경우 타 구역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서민 주거안정과 도시 재정비를 촉진하는 정비사업의 목적상 기반시설 무상제공이나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혜택은 동등하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이미 주공이 시행하는 성남 단대구역, 중3구역 등 일부 수도권 재개발사업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을 감안할 때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실패'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형건설업체인 A사 관계자는 "주공이 시행하는 사업장에서 기존 민간주도 추진위와 공공주도 추진위간 갈등뿐 아니라, 공공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오히려 공정성을 저해하고 있고 주공이 홍보요원을 동원해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 혼탁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사는 정비업체를 겸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반해 정비사업 시행자인 SH공사가 정비업체 업무까지 겸할 가능성이 높아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행자가 정비업무를 겸할 경우 자칫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사항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조합이 누려야할 개발이익을 공기업과 나눌 수밖에 없어 조합원들의 개발이익이 떨어지고 아파트 브랜드 역시 민간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공공기관 브랜드를 사용하게 돼 궁극적으론 실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꼬집었다.

대형 B건설사 한 임원은 "건설사들이 공공주도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방식을 이끌어내 빌미를 제공했지만, 자유경쟁 시장 체제에서 공정한 경쟁을 벌일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C건설사 수주 담당 중역은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공사를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 공사 품질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공공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나 임대주택사업과 같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분야를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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