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출렁인 환율…사흘째 1240원대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5.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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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원 오른 1249원… 장중 한때 1269.4원까지 급등

북한발 변수가 두 차례 외환시장을 흔들었지만 '1240원대'는 굳건했다. 장중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1240원대에 거래를 마쳤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2일 종가보다 1.6원 상승한 12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1240원대 종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4.4원 하락한 124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움직임에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 선물환 환율이 1240원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21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다고 밝힌 뒤, 글로벌 달러는 약세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당분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유로 당 1.4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이긴 하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개장 후 환율은 낙폭을 조금씩 줄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눈에 띄는 변수는 없었지만, 저가 매수세와 결제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환율은 1245원선에 이어 전일 종가, 1250원선까지 차례로 상향 돌파했다. 1250원선 위에 올라선 이후에는 횡보세를 이어갔다.

환율이 출렁이기 시작한 것은 오전 11시 30분경.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환율은 순식간에 1260원선을 돌파했고, 장중 한때 1269.4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오전 9시 53분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진도 4.5 안팎의 인공지진이 관측됐다"며 "여러 정황을 미뤄볼 때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이 급등하던 정오 무렵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시장에서 환율 하락 쪽에 힘을 실어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강보합세를 보이던 상황에 핵 실험 변수가 나와 급등했다"며 "특히 역외 달러 매수세가 강했다"고 전했다.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은 이내 안정감을 찾았고, 환율은 상승폭을 줄이며 다시 125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북한발 변수는 한 차례 더 이어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지대공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외환시장은 한 차례 더 동요했다. 순간적으로 10원 가까이 상승해 1260원선에 가까이 접근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는 않았다. 오후 2시 이후 환율은 점차 상승폭을 줄이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하락곡선을 그렸고, 결국 125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직전 수준보다 더 내려온 셈이다.



이날 북한발 변수의 영향력에 대해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는 환율 하락세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고, 다른 쪽에서는 환율 급등이 오래 가지 않은 것으로 봐서 큰 영향이 없었다고 해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외환과 증시 등 금융시장이 과열됐다는 인식이 있던 차에 북한발 변수가 나오면서 조정의 빌미를 줬다"며 "북한 문제가 방향성을 바꿀 수는 없지만 변동성을 늘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또 1230원이라는 지지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며 "제너럴모터스(GM) 파산 여부 및 북한의 추후 움직임 등에 의해 앞으로의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95.06엔, 달러/유로 환율은 1.4014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313.91원, 원/유로 환율은 1750.35원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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