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영화 키워드는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5.12 17:34
글자크기

'금융수출' '수신기반'

지난달 29일 밤 10시. 이목이 4·29 재보선 결과에 쏠려있던 때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과 대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산은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산은의 숙원사업이었다. 산은은 55년 만에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가벼운 몸집'이 살길=산은 민영화의 큰 그림은 금융수출이다. 기업이 해외에 먼저 진출하는 게 아니라 금융이 먼저 나가는 것이다. 맥쿼리증권이 아시아국가에서 성공한 방식을 염두에 뒀다. 자금은 90%를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가벼운 몸집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아직 인프라가 덜 갖춰진 동남아국가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강점을 가진 산은이 항만, 도로, 발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주도해나가면 국내기업들의 현지 진출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게 민유성 행장의 판단이다. 자금은 대부분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원화를 끌어다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동남아국가에서도 한국금융의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작은 몸집으로 고효율을 내는 방식은 국내 영업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민 행장은 "점포의 규모와 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신기반 확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무조건 몸집을 불리진 않겠다는 것. 시중은행과 '전략적' 인수·합병(M&A)을 예고한 것도 흡수가 아닌 경영권만 인수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대안은 온라인거래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 수명만 상주하는 사무실을 꾸려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민 행장은 "그래야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황기에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점포수를 늘렸다가 불황기에 접는 데서 착안했다.

◇이제 출발선=법안 통과 2주.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다. 오는 9월쯤 지주회사와 정책금융공사(KPBC) 윤곽을 잡기로 했지만 실무작업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재무기획부가 신설된 것 외엔 조직상 달라진 것은 없다.

정부 간섭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도 변수다. 산은은 앞으로 5년 안에 은행은 최소한 한건의 지분매각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지분매각 완료 데드라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시장상황에 따라 자칫 돛대 잃은 배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임 문제, 하나의 조직이 두개로 갈리면서 생겨날 인사이동 문제도 산은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