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무현 전 대통령 불구속 기소 '가닥'

김만배 기자 2009.05.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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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진 검찰총장, 전직 총장들과 고검장들 상대로 의견 취합하며 고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다음 주 초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5일 전해졌다.

현재 임채진 검찰총장의 결단만 남겨 놓은 상태인데, 임 총장은 전직 검찰총장들과 전국 고검장들을 상대로 의견을 취합하면서 고심하고 있다.



그는 정치권 등의 외풍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노 전 대통령의 구속이 몰고 올 검찰 내외부의 파장 등에 대해서도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뇌부의 현재 분위기는 불구속 수사한 뒤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의 문제를 떠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선 '포괄적 뇌물죄' 혐의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채 사실관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주류다.

또 구속영장 청구든 불구속 기소든 검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수사팀 내부에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팀은 4일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조사 보고서를 냈다.



또 대검찰청 부장급 이상 간부 전원인 13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한 우병우 중수1과장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회의에 참석한 임 총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간부들은 수사팀의 수사 결과에 만족하고 의혹의 상당 부분이 규명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혐의 사실을 놓고 법리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약간의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에게 전달된 15쪽 분량의 최종 보고서에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담겨 있다.

권양숙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가 핵심적 혐의 내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결론 낸 500만 달러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회갑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시계도 포함됐다.



하지만 수사팀은 600만 달러 의혹과 회갑선물 부분에 대한 유죄 의견을 명확히 밝히면서도 노 전 대통령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선 구체적 의견을 명시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우회적으로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100만 달러 사용처 확인을 위해 이번 주 안으로 권 여사에 대해 비공개 소환 조사나 서면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결정을 위해선 권 여사가 빚을 갚는데 썼다고 주장하는 100만 달러의 '용처'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세무조사가 한창 진행될 무렵인 지난해 7~10월 국세청 고위간부들과 접촉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 전 처장은 지난해 7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박 회장 구명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처장을 출국금지하는 한편 김씨가 소속된 H세무법인의 관련 계좌에 대한 추적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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