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정부가 출자해 만든 국내 유일의 배드뱅크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독점 체제가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별도 관리하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이를 테면 A은행이 부동산 등 담보를 잡고 B에게 대출해줬다 B가 부도를 낸 경우 배드뱅크가 담보물을 넘겨받아 처분, 채무를 회수하게 된다. 이러면 A은행은 우량한 채권·자산만 보유하게 돼 자산건전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부실한 기업·가계대출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 잔액은 작년 12월 말 1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7조7000억원의 두 배로 뛰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을 통해 부실채권을 조기에 유동화하고, 무수익여신(NPL)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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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부실채권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캠코만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헐값 매각 논란 소지도 있어 민간 중심의 배드뱅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은행들은 별도의 재원없이 보유 채권을 현물출자하거나 20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배드뱅크를 만들면 부실채권도 현재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배드뱅크 출범과 시기에 대해 합의했지만 이를 어떻게 운영할 지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