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말 현재 우리나라 병.의원의 97%(5만2143개)는 의사 개인이 소유했다. 의사가 자기돈 들여 운영하는 자영업 형태다. 나머지 3%는 대학이나 국가, 지자체, 의료법인이 운영한다.
↑설립구분 별 의료기관 현황(2008년 12월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실 병원산업을 민간자본에 개방하는 방안은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으로 의료시장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지지부진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추진되는 듯 했으나 '의료민영화'로 개념이 변질돼 구체화되지 못했다.
재정부는 '병원주식회사'를 허용하면 민간자본으로 첨단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돼 고급의료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해외로 치료받으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해외환자도 유치할 수 있어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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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는 2008년 상반기에만 3110만달러 규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쓴 의료비는 7200만달러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지출한 의료비는 309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규제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후진적 규제가 시장을 망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설립에 외부투자를 봉쇄,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대출이자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형국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의료수준을 가진 의사들이 자기의 뜻을 펴보기도 전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로인해 고통받는 것은 다름아닌 의료소비자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로 정상적인 민간자본이 의료시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편법 등을 통해 암암리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돈은 끊임없이 수익을 쫓아 흘러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비의료인이 편법으로 의료기관 개설에 관여, 갖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령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방식이나 의료기기 리스비용을 지급하는 방식, 건물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의료기관이 한둘이 아니다.
의료인 1명이 1개의 의료기관만 소유하도록 하는 조항도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어떤 사업이든 1호점이 호황이면 속속 2, 3호점이 생겨나게 마련. 하지만 의료기관의 경우 1명의 주인이 여러개의 의료기관을 소유, 운영할 수 없어 표면상 주인과 실제 주인이 따로 존재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와 법원이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불법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데 반해 법원은 의사의 '진료권'만 보장된다면 문제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료계 관계자는 "후진적 법규를 앞세우면서 정작 규제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부가가치 창출은 둘째 치고 기형적인 시장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라도 규제개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