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버려지는 애견 증가, 보신탕행?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03.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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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자유연대에서 제작한 동영상의 한 장면. 애완견이 식용 개로 둔갑돼 팔리고 있었다.(출처: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에서 제작한 동영상의 한 장면. 애완견이 식용 개로 둔갑돼 팔리고 있었다.(출처: 동물자유연대)


'불황에 버려지는 개 어디로 가나'

최근 동물자유연대에서 제작한 '민속시장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퍼지면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 동영상은 민속(재래)시장에서 식용으로 팔리고 있는 개들의 실상을 담았다.

화면에 나오는 개 중에는 애완견도 다수 눈에 띄었다. 소형 애완견들까지도 일반 식용견으로 둔갑돼 팔리고 있다는 것.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재래시장의 동물학대 문제를 지적하며 애완견을 보신탕이나 개소주에 활용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경기 불황으로 버려지는 애완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동영상처럼 애완견들이 식용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9일 서울시에 확인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버려진 애완견은 모두 1만1279마리로 지난 2007년(9910마리)에 비해 1369마리 늘었다. 이는 2005년(1만4679마리)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불황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완견 한 마리를 키우는데 사료비와 예방접종비 등 한 달에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며 "최근에는 환율이 많이 올라 사료 값 등 개를 키울 때 필요한 비용이 더욱 부담돼 개를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려지는 애완견들은 통상 유기견 보호센터나 한국동물보호협회 등으로 보내진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기견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보신탕 집 등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공공연한 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선 애완견이 보신탕용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영했다. 당시 KBS1TV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에선 보신탕 관련 종사자의 "시중에 유통되는 개고기의 상당수가 애완견이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보를 그대로 방송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개고기 유통으로 유명한 한 재래시장에서는 애완견이 은밀히 식용 개로 둔갑돼 팔리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밖에 크기가 작은 애완견 상당수가 개소주에 사용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혔다.

버려지는 개들이 식용으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애완견이 늘수록 알게 모르게 보신탕집이나 개소주집으로 가는 개들도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체 운영자들에게 문의를 했지만 하나같이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일 뿐 확인을 거부했다.



남편을 따라 '사철탕집'에 가봤다는 주부 A씨는 "그릇 속에 손가락 길이만한 갈비가 들어있던데, 소형 애완견의 뼈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는 한 회사원은 "인터넷 애견 카페 등에는 아직도 애견을 식용으로 활용한다는 사례가 올라온다"며 "버려지는 개들이 늘수록 보신탕집에 넘어가는 애견도 분명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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