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10년..현대차 3배 성장의 비결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3.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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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품질혁신'에서 '판매중심'으로...승부수 던졌다

정몽구 10년..현대차 3배 성장의 비결


 #1. "고장 나지 않는 차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 1999년 현대차가 미국에서 '10년 10만 마일 보증제도'를 도입할 때였다. 회사 내부에서 "무상수리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잇따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그해 3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스스로를 '품질 본부장'으로 불렀다. "세계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라"며 임직원들을 다그쳤다. '현대차는 싸구려 차' 란 오명이 가슴 한 구석에 '한'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품질상황실 설치를 지시하면서 "사막 한 가운데서 차가 섰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선 이를 두고 'MK식 품질경영'이란 별칭까지 달아줬다.



#2. "판매 확대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2009년. 정 회장은 연초부터 유럽, 미국, 호주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판매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품질 본부장'에서 '판매 해결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정 회장(사진)이 오는 10일 취임 10년째를 맞는다. 지난 10년간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쳐 매출액이 13조원에서 48조원으로 3.7배 이상 늘었고 판매 대수가 130만대에서 418만대로 3.2배 늘었다.



현대차는 글로벌 위기 속에도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분전하며 지난 2월 시장점유율을 7.6%까지 끌어올렸다.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뚝심'이 이번에도 먹혀들지 주목받고 있다. 품질이든, 판매든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고, 그 도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 이면에는 가슴에 묻은 '아픈 기억'이 있다. 그룹 회장에 취임하기 전 현대정공과 현대자동차써비스를 맡아 작업복 입고 정비현장을 다니면서 품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89년 현대차가 캐나다 부르몽에 설립했던 현지공장은 5000억원의 손실과 함께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99년 회장 취임 후 첫 미국 출장길에서는 TV쇼에서 현대차의 품질이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쓰디쓴 실패의 맛을 곱씹으며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낸 탓일까. 현대차는 2004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실시한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토요타를 누르고 7위를 차지했다. 미국 언론은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표현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정 회장 역시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 트렌드'가 최근 발표한 '2009 글로벌 자동차업계 파워 리스트 50' 에서 작년보다 41계단이나 오른 6위에 랭크되면서 '파워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정 회장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2005년), 체코 노소비체공장(2008년), 기아차 슬로바키아 질리나공장(2006년) 등 9개(2곳은 건설중)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오는 2011년까지 해외 생산능력 303만대를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침체는 팽창을 거듭하던 자동차산업에 직격탄을 가했다. 업계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6000만대 미만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미 업체들의 공급능력은 9000만대 수준에 달했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지금 위기를 극복하면 초일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최고 기회를 맞는다"고 강조한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전사적 판매 중심 체제' 속에서 파격적 인사배치로 조직의 긴장감과 탄력성을 극대화시키는 '카리스마 경영'을 이어갈 전망이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현대차의 품질수준은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렇다고 안주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고급차 브랜드로의 이미지 도약과 친환경차 등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시장을 계속 넓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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