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이제 목욕탕에서 구두를 닦지 않는다. 구두 닦는데 들어가는 2500원을 아끼려 퇴근 후 집에서 닦는다. 박 씨는 "사우나에 오면 자연스레 구두를 닦아달라고 맡겼는데 이제 그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구두는 집에서 닦는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목욕탕에서 구두방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지난해와 비교해 최근 들어 구두를 닦는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손님도 없는데다가 구두약값도 많이 올라 돈 벌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은행원인 이 모씨(33)도 최근 생활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부인도 회사에 다니고 있어 그동안 월 100만원에 3살짜리 아들을 봐주며 집안 청소 등을 해주는 입주 가사도우미를 뒀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가사도우미를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절반정도의 가격에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주는 놀이방에 아들을 맡기기로 했다. 이 씨는 "가정부를 두면 편하고 좋지만 불황인 요즘 너무 부담돼 이 같은 결정을 했다"며 "요즘 놀이방도 잘 돼 있어 안심하고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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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여파로 이처럼 아이를 봐주는 베이비시터나 가사도우미들이 요즘 갈 곳을 잃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가사도우미들도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별다른 자본과 기술이 없는 여성들이 선택하는 직업이었기에 이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종로구 관철동의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가정부를 고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며 "가정부 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늘고 있어 월 급여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140~150만원을 받았지만 현재 급여는 120만원선으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사도우미 자리를 찾고 있는 한 여성은 "며칠 째 직업소개소를 통해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게 없다"며 "다른 가정보다 여유가 있을 것 같은 맞벌이 부부들마저 소비를 줄이고 있어 우리 같은 하층 서민들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