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A 안방서 붙자" 뭉치는 토종 카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2009.03.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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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카드 사태' 왜(하)- 신용카드, 주권회복 가능할까

비자·마스타 결제망 취약한 시장부터 공략
해외상품 플랫폼· 막대한 초기비용이 숙제


해외 신용카드업체에 한국은 여전히 '만만한' 시장이다. 비자카드는 국내고객이 해외에서 결제할 때 부과하는 수수료 인상계획(1.0%→1.2%)을 철회했으나 국내 결제분에 대해서는 인상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VISA 안방서 붙자" 뭉치는 토종 카드


오는 7월부터 국내에서 비자카드로 결제할 때 내는 수수료는 0.03%에서 0.04%로 올라간다. 수수료 급증을 막는 슬라이딩제도도 다음달부터 폐지돼 연간 수수료가 35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카드업체들은 "외국계 브랜드에 내준 안방을 되찾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국내 가맹점에는 자체 지급·결제망을 구축했으나 해외에서는 비자나 마스타카드 결제망을 이용해야 한다.

국내와 해외 신용카드 사용 총액은 지난해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비자카드로 해외에서 결제된 금액은 1조2000억원, 마스타카드 3000억원, 기타 130억원 등에 불과했다. 비자카드 등이 1% 미만인 사용액을 과도한 지렛대로 삼는 셈이다.



업계는 비씨카드를 비자·마스타카드의 대항마로 키우고 공동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씨카드 역시 이번 비자카드 사태를 중대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씨, 미국서 통한다"=비씨카드는 '국내 전용'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은련과 제휴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올 상반기에는 미국 최대 지급결제 프로세싱업체 퍼스트데이터(FDC)와 손잡고 결제망을 미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비씨카드는 중국에서 별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은련과 제휴방식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외사용 수수료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비자·마스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5000달러를 결제하는 경우 비자·마스타고객은 50달러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지만 비씨카드로 결제하면 이를 내지 않아도 된다.

FDC는 한국의 부가가치통신망(VAN)업체와 비슷한 업무를 한다. 카드전표 매입 및 가맹점 관리, 신용카드 결제 승인 등을 한다. 비씨카드와 FDC가 제휴하면 미국내 식당, 백화점 등에서도 국내 신용카드를 쓸 수 있다. 특히 현지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찾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비씨카드는 국내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는 현재 카드결제 인프라가 취약해 비자·마스타카드조차 결제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비씨카드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해외카드 브랜드에 역으로 사용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비씨카드는 이들 국가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대가로 비씨카드를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결제망 구축에 직접 뛰어드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해외 진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국인의 방문이 잦은 미주·중국·동남아지역에서 별도의 해외 결제카드가 없더라도 비씨카드로 결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다. 가장 중요한 건 비용문제다. 미국과 동남아에서 결제망을 확보하는데 지나친 비용이 든다면 카드사들의 외면을 받는다. 일본은 글로벌 카드브랜드 JBC를 설립해 비자, 마스타카드 등의 족쇄를 풀었으나 해외결제망을 구축하는 대가로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의 걸음마 단계인 비씨카드가 과연 해외상품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 된다. 카드사들은 비자나 마스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접목해 해외호텔 및 리조트 제휴할인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비씨카드는 여행, 골프·레저, 문화서비스 등 국내 혜택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나 이것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본 JCB는 '타산지석'=업계는 일본 최대 카드사 JCB의 해외 진출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JCB는 61년 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돼 80년대초 비자·마스타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다.

비자와 마스타의 벽은 견고했다. JCB는 현지 카드발급사를 찾고 가맹점과 계약하는 데 번번이 곤경에 처했다. 이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고, 결국 JCB의 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JCB카드를 발급하는 국가는 30여곳으로, 비자·마스타의 180여개국에 크게 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미국 유럽에서 JCB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을 찾기 힘들다"며 "일본인이 많이 찾는 중국과 동남아에서만 겨우 사용이 가능한 정도"라고 전했다.

JCB는 비자·마스타와 달리 해외 사용분에 대한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고, 현지 카드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율도 비자·마스타(0.03~0.04%)보다 현저히 낮다. 그러나 가맹점과 카드발급사 확보에 실패한 탓에 이 강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JCB가 자국 고객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점도 실패이유 중 하나다. JCB는 수수료율 책정 등에서 일본인과 해외 가입고객간 차이를 전혀 두지 않았다. 이 결과 JCB는 현재 일본에서도 발급기준 3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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