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복사하다 끝난나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2.2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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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100% 활용하기] "현장경험 익히게 운용방식 개선을"

인턴 채용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례없는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회사들이 속속 인턴사원을 뽑고 있다. 인턴제를 운용해온 곳은 채용인원을 늘리고, 정원을 동결한 기관들은 신입직원의 연봉을 줄여 인턴 채용에 가세하고 있다. 가히 인턴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인턴 채용이 급증한 것은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올 1월 공식 실업자는 84만명, 이 추세라면 연말 12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인턴이 복사하다 끝난나고?


노동부가 집계한 실업급여 신청자는 12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50%를 맴돌던 실업급여 신청률도 84%로 치솟았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최근 1년새 일자리가 10만개 사라졌고, 청년실업률은 8.2%까지 높아졌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고에서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55만여명 가운데 14만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명 중 1명은 백수가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인턴십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1591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인턴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6개월간 월 50만~80만원씩 임금의 50%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들도 임금삭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인턴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이 일자리 수에 급급하다보니 인턴을 뽑기만 할 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은행권에서는 인턴들이 영업점 청원경찰을 보조하거나 잔심부름만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도 현업과 무관한 복사나 서류정리 등만 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자리에 멍하게 있다 퇴근한다" "하는 일만 놓고 보면 아르바이트생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LG그룹이 84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인턴십제도가 25년이 흘렀으나 제자리를 잡지 못한 셈이다. 취업준비생은 인턴과정을 새 직장을 구하는 징검다리 정도로 여겨 근무시간에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잖다.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도 낮다.

인턴이 일자리 창출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이 기회에 내실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인턴제도의 활성화를 추진했으나 현재와 같은 부작용들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인턴과정을 마치면 언제든 실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업무교육을 강화하는 게 대안의 하나라고 말한다. 해외자원봉사단을 구성해 시야를 넓혀주거나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인턴을 보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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