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ㆍ소득↓ 가계채무부담 악화 "불보듯"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2009.02.24 12:00
글자크기

한은, 지난해 가계신용 57.6조원 증가.. 전년비 증가폭 확대

올해 가계 채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가계가 빌린 신용대출 등 가계신용의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경기침체로 가계 소득은 줄어들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08년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57조6000억원 증가로 2007년(48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총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688조2000억원으로 2007년 말에 비해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들이 각종 금융기관을 통해 빌린 가계대출은 지난해 52조9000억원 증가해 2007년에 비해 8.9% 늘어났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대출이 축소되고 있었지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중심으로 중도금과 잔금 용도의 대출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대출액 증가폭이 커졌다.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의 여신전문기관과 백화점 등 판매회사의 외상(신용) 거래를 나타내는 판매신용도 2007년 3조7492억원 증가에서 지난해 4조6377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회사의 소액결제 및 무이자 할부 서비스 제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영복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대출 증가율은 커진 반면,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자산 가격이 하락해 가계의 전체 채무부담능력은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경기가 안좋아 개인 소득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채무부담은 분명히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 금리를 떨어뜨려 가계의 채무부담을 덜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분기별 가계신용 잔액 증감률 추이를 살펴보면, 1분기 9.2% 증가에서 2분기와 3분기 각각 10.7%씩 증가하다 4분기(9/1%)에 증감률이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팀장은 "4분기 대출액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이 기간 동안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용공여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1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2금융권의 가계대출 둔화가 4분기에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대출을 금융기관별로 구분하면, 예금은행 대출은 2007년 17조4586억원 증가에서 지난해 24조8923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농협 및 수협 등의 지역조합으로 구성된 비은행금융기관 대출도 2007년 13조2907억원 증가에서 지난해 16조9734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카드회원 자격요건 및 리스크 관리 강화로 여신전문기관의 대출은 지난해 6333억원 증가에 그쳐, 2007년 5조4414억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가계대출금 잔액의 금융기관별 비중을 2007년과 비교하면, 예금은행(61.1%→59.9%)과 여신전문기관(5.2%→4.8%)은 비중이 줄어든 반면, 신용협동기구(17.0%→18.2%)와 기타기관(6.2%→6.5%)은 비중이 늘었다.



한편, 예금은행을 기준으로 지역별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78조7863억원으로 지난해만 20조8308억원 증가해 2007년(11조5752억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주택대출이 재건축 아파트 입주자금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수도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조7868억원으로 4조614억원 증가에 그쳐 2007년(5조8834억원 증가)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다만 충남지역은 천안과 아산 신도시개발에 힘입어 주택대출이 크게 늘어나 전년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