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가 섭섭한 까닭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9.02.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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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삭감 등 자구 진행… 쿠니 부사장 "투자·고용 등 기여도 감안해야"

GM대우자동차에서 홍보와 대외협력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제이 쿠니 부사장(사진)이 20일 점심시간 무렵 불쑥 기자실을 찾았다. 다소 상기된 표정에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그는 "GM대우의 유동성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들이 나돌고 있어 할 말을 좀 해야겠다"며 작정한 듯 말문을 열었다. 지난 19일 GM대우가 산업은행을 찾아가 1조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소식이 알려진 뒤 '유동성 부족설'이 잇따라 제기된 탓이다.



GM대우가 섭섭한 까닭


쿠니 부사장은 "GM본사가 GM대우에 수출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데 GM은 정상적인 대금지급계약에 따라 수출대금을 지급해 왔고 대금지급을 미룬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최근 유동성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자동차 수요가 줄고 주문이 일부 취소된 사태 때문"이라며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유동성 부족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동성 지원요청을 놓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와 단순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다. 그는 "GM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년 GM대우에 매년 1조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해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해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GM대우는 2002년 출범 이후 매그너스 후속 모델과 마티즈, 젠트라, 라세티, 토스카, 윈스톰, 라세티 프리미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차 라인업을 갖췄다. △창원 엔진공장 준공(2002년 12월) △보령 자동변속기 공장 인수(2003년) △군산 디젤엔진 공장 준공(2006년) △인천 KD(반제품) 센터 건설과 최점단 주행시험장 및 기술연구 시설 완공(2007년) 등 시설확장에도 꾸준히 나섰다.

아울러 2002년 8299명이던 임직원이 올 1월 현재 1만720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과정에서 정리 해고된 직원 중 희망자를 전원(1600여명) 재고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부평공장을 직접 찾아 '노사화합의 모범사례'라며 격려했을 정도로 노사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수출실적도 2003년 45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78만대로 4배 가까이나 급증했다. 현대차(220만대), 기아차(108만대)와 한국 자동차의 수출에 버팀목 역할을 한 셈이다.
GM대우의 한국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여를 과소평가하고 외국기업 취급하는 것에 대해 섭섭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정부와 채권단이 GM대우가 한국에서 하고 있는 역할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쿠니 부사장의 언급에는 지난 6년간의 이같은 성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물론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 수출이나 고용 등의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GM본사의 회생노력과 함께 GM대우 자체적으로 뼈를 깎는 '고통분담' 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GM대우는 자구노력과 관련해 임원들이 이미 지난해 상여금을 반납한데 이어 5월부터 연말까지 임금을 10%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노조측과도 최근 비용절감을 위한 특별교섭을 시작했다. 인력감축은 신입사원 채용을 동결한데다 매년 3~3.5%의 자연퇴사 인원을 감안하면 GM본사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니 부사장은 "산업은행과 실무협의를 계속해 3월 중순을 전후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정부도 자동차와 철강 등 산업계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4월쯤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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