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퇴근하는 은행원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9.02.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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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가중 야근 다반사.. 2차 구조조정 실사후엔 전쟁 예고

-신보 한 지점 "미해결 건수만 220건"
-은행권, 구조조정업무 조직 인원보강
-채권단간 의견 조율도 관건


"인력은 지난해와 똑같은 데 업무량이 늘다보니 밤 11시까지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밥 먹듯 하고 있습니다. 전산부에서도 일을 더할 수 있도록 전산을 모두 풀어놨어요."



새벽에 퇴근하는 은행원


서울 마포구 신용보증기금 본점에 있는 마포영업점에는 아직 봉투도 뜯어보지 못한 보증신청서가 220건 쌓여있다. 지점 전체 직원수는 27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큰 규모지만 요즘 들어 지점장의 고민은 깊어간다.

박성현 마포지점장은 "아침에 출근해 전산을 켜면 야근한 직원들이 작성한 조사서가 수십 건 올라와 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풀가동을 시작했는데 직원들의 건강을 해칠까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하루 접수되는 보증신청 건수를 감안하면 1개팀이 하루에 처리하는 상담건수는 20~30건. 하지만 신규상담 신청은 급증하는데다 재심사 신청도 많아 이중 절반도 채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해결 건수는 계속 쌓여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심사가 완화된 점을 악용하는 기업들도 더러 있다.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동산 투기로 어려움을 겪다가 취득세까지 체납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난달 설특례자금을 받겠다고 며칠간 직원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국책기관보다는 덜하지만 시중은행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자정까지 근무는 일상이 됐다. 기업구조조정을 맡은 조직에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병행하는 터라 업무량은 가중됐다.


특수상황을 감안해 직원수는 더 보강됐다. 지난해 12월 행장 직속으로 '기업금융개선지원본부'를 신설한 신한은행은 본부 인원을 13명에서 3명 더 늘렸다.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하나은행의 '리스크관리TF'도 인원을 기존 한자릿수에서 40여명으로 늘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사는 회계법인에 위탁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수시로 내용을 검토하고 실사 후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무재조정 및 자산매각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퇴근시간은 저녁 8시에서 밤 12시로 늦어졌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선 2차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실사가 끝난 뒤 회생 여부가 갈리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회생안 마련은 물론 채권단에 속한 은행끼리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의견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눈코 뜰새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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