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발행, 정부와 투자자 '기싸움'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2.09 09:31
글자크기

정부 "금리 높다"vs 투자자 "등급 하락 전 발행해야

이 기사는 02월05일(19:3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평채 발행을 놓고 발행자(Issuer)인 정부와 투자자간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다른 한국물 투자를 미룬채 외평채가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고 정부는 시장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판단, 서두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고 투자자들은 너무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양자간 긴장감은 팽팽하다.



5일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외평채 발행의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작업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포함한 국내 발행자들도 채권 발행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는 몇몇 주관사들로부터 시장 동향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정도만 하고 있지 주관사를 확실히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로드쇼에 참가하며 주관사로 선정된 금융회사들을 유임시킬지도 정하지 않았다.


지금 외평채 발행을 하기에는 금리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발행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기존 발행물의 유통시장 금리가 이미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채권시장에 따르면, 2014년 만기 한국 외평채 금리는 지난 주 5.42%였다. 리보(LIBOR)에 가산금리가 350bp를 넘는다. 작년 10월 발행을 추진하던 당시, 가산금리로 제시됐던 220bp보다 100bp 이상 더 오른 셈이다. 발행금리는 유통금리보다 조금 더 높게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만기 외평채를 발행할 경우 가산금리가 400bp 가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지난 달 발행에 성공했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금리도 사실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여유를 가질 수만은 없다. 작년 11월 피치가 국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향후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등급하락은 발행 금리 상승으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자들도 이같은 논리로 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에 대해 암묵적인 설득을 하고 있다.



외국계 IB 한 관계자는 "작년 10월 발행 예상 금리였던 리보+220bp보다 금리 수준이 훨씬 더 올라가 있는데 등급 하락은 추가 금리 상승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시장 환경이 바뀌어서 그때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하더라고 부적절한 금리라고 투자자들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피치 등급이 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설령 떨어진다 하더라도 외평채 발행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와 S&P의 등급 전망은 여전히 '안정적'이고, 필요하다면 피치의 등급을 빼고 외평채 발행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다른 한국물 구축효과에 대한 시각 차도 컸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미 40억달러를 쏟아 부은 상황에서 외평채까지 나오면 다른 한국물 구축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본인 정부 외평채가 나오지 않아 나머지 한국물을 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외평채 발행 한도를 60억달러로 책정한 상황에서 상반기에 그 절반 정도가 나올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외평채가 얼마 나오는지를 보고 나머지 한국물 투자 비중을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평채가 또 나와줘야 한국물에 대한 추가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