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최후의 보루, 자영업도 붕괴 조짐

여한구.이학렬 기자 2009.02.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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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22만명 감소-뚜렷한 대책은 없어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민 삶의 터전인 자영업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자영업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인구가 외국에 비해 월등히 많아 자영업 몰락이 가속화될 경우 실업자 급증은 물론 경기회복에도 큰 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자영업 폐업 회오리=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수는 597만명. 자영업자수가 60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0년 586만4000명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자영업자수는 △2001년 605만1000명 △2002년 619만명 △2003년 604만3000명 △2004년 611만명 △2005년 617만2000명 △2006년 613만5000명 △2007년 604만9000명 등으로 600만명 이상을 유지했었다.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부터 자영업자수가 급감한 게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자영업자수는 577만9000명으로 전월(600만3000명)대비 22만4000명이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종업원 없이 본인 또는 가족과 함께 자영업을 하는 영세 자영업자 수가 21만7000명이나 줄었다.

◇'솥뚜껑 경제' 몰락 가속화=영세 자영업자 문제는 경제위기가 심각해지기 전에도 한국 경제의 숨겨진 '아킬레스건'이었다.

2006년 기준 한국의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3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7.4%), 영국(12.7%), 일본(10.2%), 독일(11.2%) 등 선진국 그룹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만큼 소규모 식당이나 슈퍼마켓, 미장원, 제과점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층이 넓다는 얘기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보편화되면서 자본력에서 떨어지는 자영업가 큰 타격을 받은데 이어 최근 경제위기로 소비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향후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이른바 '솥뚜껑 경제'로 대변되는 자영업자의 줄 폐업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후의 보루'마저 포기해야 하는 자영업자는 마땅한 대안없이 장기 실업자가 되면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게 다반사다. 일자리를 갖는다고 해도 건설일용직 또는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정부도 무대책=자영업 전선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가 뚜렷함에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 피가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부 내에 전담부서도 없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대책이라고는 폐업한 자영업자가 직업훈련을 신청할 경우 훈련장을 알선해주는 정도다. 이 마저도 당장 생계가 곤란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는 하다. 그러나 실직자가 급증함에 따라 고용보험기금의 여력이 줄어들면서 계획대로 실시될지는 미지수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0대 이상이 대부분인 폐업 자영업자에게 전업훈련을 시키는 것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에는 단기적 일자리 공급과 실업급여 확대를 서두르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더불어 서비스업으로의 이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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