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위에서 3위로 밀린 대우조선에게 하루속히 주인을 찾아주자는 산업정책의 일환이었던 이번 매각작업이 보신주의로 인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지분 50.4%를 사겠다며 약 6조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조원짜리를 6조원 넘게 주고 사야하는 한화측이 불가항력적인 시장상황을 고려, 가격을 깎지 않을 테니 분납이라도 하게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또한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이번 매각 무산으로 '무주공산'의 혼란을 추가로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적극적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 기업가치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8월 이후 신규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연말 국방부로부터 잠수함 1척을 수주한 것을 제외하곤 해운업체로부터 수주가 없는 상태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현금보유고가 2조원에서 연말에는 1조원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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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대우조선의 수익구조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에 비해 조선 경기 하락에 취약하다. 대우조선의 경우 2007년 수주액 195억달러 가운데 조선부문 비중이 74.9%로 가장 높다. 현대중공업은 62.8%, 삼성중공업은 61.2% 수준이다.
생산 효율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도 이들 3개사 가운데 대우조선이 가장 낮다. 현대중공업 영업이익률은 11.0%, 삼성중공업은 7.3%, 대우조선은 6.2%이다.
생산효율성이 가장 낮은 건 오너십 부재와도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생산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적절한 시기 설비투자 및 구조조정을 책임 있게 단행할 오너가 없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윤필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의 연간 적정 수주액이 150억달러인데 올해와 내년 70억달러에 머무를 경우 2012년 이후 적자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까지 신규 수주가 발생하지 않으면 2010년말 매출이 급감하고 2011년 2분기 이후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이미 2005년 삼성중공업에 세계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당시 '주인 없는 탓에 투자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