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에 대한 동상이몽

더벨 한희연 기자 2009.01.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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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채안펀드의 목적은 수익분배

이 기사는 01월13일(11:5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는 컸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시기, 자신들의 채권을 사 줄 큰 손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기업들은 채안펀드가 불안정한 시장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할 거라 믿었다. 이것이 기업들이 생각했던 ‘시장 안정화’였다. 하지만 한달이 다 되도록 채안펀드가 생각만큼 채권매입에 적극적이지 않자 기업들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사실 채안펀드가 당초 생각했던 '시장 안정화'는 기업들이 생각하는 개념과는 달랐다.



지난해 11월1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채안펀드 조성안을 처음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3가지를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바로 △일시적·마찰적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필요·최소한 운용 △발행시장 물량 및 대주주 지원이 어려운 금융회사·기업을 우선 대상(대상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우선적으로 추진) △펀드 운용도 상업성을 최대한 고려한 민간투자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시장과 투자자간 win-win 추구다.

시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때 최소한으로 운용하고,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하되 이들의 자구 노력을 먼저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또 민간투자방식이기에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 달 뒤 채안펀드를 통합 운용하는 산은자산운용의 운용지침이 나왔다.

운용지침은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마찰적, 일시적 시장 왜곡을 해소하고 채권시장 안정화에 기여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자산운용회사를 통해 투자대상의 운용효율성을 도모하며, 이에 따라 투자자에게 수익을 분배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립목적을 명시했다.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투자자 수익분배가 펀드의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산은자산운용은 운용목표도 '위험관리를 통한 투자대상 자산 운용'으로 정했다. 투자대상기업에 대해 사전 리스크관리를 거쳐, 예상되는 리스크 하에서 수익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조건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엄격한 투자 원칙에 따라 채안펀드는 현재 프라이머리 담보부증권(P-CBO) 3379억원, 여신전문회사채권과 은행채 1800억원 등 약 5100억원을 샀다. 1월 들어 봇물터지듯 회사채 발행이 이어졌지만, 여전채를 제외한 회사채는 아직 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은 많지만 정작 투자대상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의 차환물량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정해진 투자 기준에 맞는 물량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기준에 맞는 채권을 기다리며 다른 채권을 사지 않고 있다는 것은 투자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채권은 살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채안펀드 운용사는 당장 부실기업을 살린다고 비우량한 회사채를 매입했을 경우, 투자자들에 리스크가 전이돼 시장 전체가 망가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채안펀드 운용사 측과 투자를 받고자 하는 기업들의 ‘시장 안정화’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채안펀드는 민간펀드다. 처음 만들 때도, 한 달이 지났어도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기업들은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을 필요가 있다. 채안펀드는 모든 기업들이 너도나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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