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한류 확산, 중기 수출 물꼬도 터
▲9일 오후 홍콩 구룡반도 몽콕에 위치한 쇼핑몰 그랜드 센츄리 플레이스II. 클리니크, 오리진스 등 다국적 화장품업체들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매장이 자리를 점하고 있다.
광저우에서 왔다는 에이미(43)씨는 "예전 남아프리카에서 살 때도 라네즈 제품을 썼다"며 "2~3년째 쓰고 있는데 품질도 가격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라네즈 '퍼펙트 리뉴' 라인을 써왔던 에이미씨는 '하이드라 솔루션 에센스'를 사들고 매장을 나섰다.
아모레퍼시픽 (179,700원 ▲5,800 +3.34%)은 홍콩에 19개의 라네즈 매장이 있다. 중국 내 라네즈 매장수가 142개인 점을 고려하면 매장수는 적지만 월 매출이 한 매장 당 1억원에 달할 정도로 '알짜' 점포들이다.
▲홍콩 센트럴 지역 중심가(러셀 스트리트)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매장.
홍콩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각축장이자 거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진입로이기도 하다. 국민소득 3만달러에 달하는 홍콩인들의 입맛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홍콩은 글로벌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시험 시장)'로 통한다.
▲홍콩 몽콕의 최고급 백화점 세이부의 '설화수' 매장. 아모레퍼시픽은 홍콩에 5개의 설화수 매장을 갖고 있다. 설화수는 명품 화장품 중 드물게 한방 성분으로 만들어져 아시아 여성의 피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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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표 뷰티기업인 아사나 그룹의 캐롤 링 이사는 "10년 전엔 '혁신'하면 일본을 떠올렸지만, 이젠 한국 기업이 떠오른다"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도 높아져 한국 제품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품질에 치이고 중국의 저가 공세에 눌려 '샌드위치' 상태에 처했던 국내 기업들에게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역(逆) 샌드위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드라마 한류'로 다져진 한국에 대한 호감에 검증된 품질, 원화가치 하락이 더해져 호재가 되고 있다.
김재승 남양 영업팀장은 "위안화 가치가 올라 중국의 가격 메리트가 떨어졌고 제품력도 중국산은 아직 미약한 상태"라며 "기술력은 원래 월등했고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산이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최대 화장품 체인점인 '사사' 매장에서 팔고 있는 국산 마스크팩. 한글 제품명까지 그대로 적혀있다. 사사 매장의 마스크팩은 대부분 국산 제품이었다.
▲홍콩 중심 상권 코즈웨이베이에 위치한 스킨푸드 매장. 스킨푸드는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만든다는 점을 각인시켜 대기오염이 심한 홍콩에서 친환경 화장품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