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구조조정 잘될까?' 우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9.01.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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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 보유 은행과 대출채권 은행간 이견으로 워크아웃 유명무실 우려

C&중공업 (0원 %) 워크아웃이 지지부진하자 신생 조선업계들이 구조조정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C&중공업과 비슷한 채무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C&중공업 채권금융사들은 워크아웃에 앞서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채권금융사 가운데 한 곳인 메리츠화재가 긴급자금 150억원 지원을 거절했다. 자신이 보유한 선수환급보증(RG)을 대출채권과 똑같이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조선업계는 신생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C&중공업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말까지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조선사 50여 곳을 대상으로 A(75점 이상), B(60점 이상), C(45점 이상), D(45점 미만) 등 4개 등급으로 분류해 구조조정 대상을 가려낼 계획이다. 이 가운데 C등급은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되고 D등급은 아예 퇴출시킨다.



금융권은 50여개 조선사 중 30%인 15개 안팎의 업체들을 구조조정 대상인 C등급 이하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C등급으로 분류되더라도 워크아웃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G도 대출채권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C&중공업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우리은행과 이에 반발하는 메리츠화재의 줄다리기로 워크아웃 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조선사들 대부분은 전체 채권 가운데 RG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들은 선박을 수주하고 금융권으로부터 RG를 지원받아 도크를 건설했다. RG에 의한 최초선수금은 선박 가격의 약 20%에 해당한다. 도크를 짓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선박을 수주해 RG를 지원받아야 한다. 신생조선사들이 RG가 대출보다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생 조선사들은 은행들이 RG을 중단하면서 도크를 마저 짓지 못하고 이로 인해 선박 건조 자체가 어려워져 위기를 맞았다. C&중공업이 채권단에 요청한 긴급자금 150억원도 도크 건설 비용이 대부분이었다.

RG를 보유한 은행이 대출채권을 보유한 은행과 똑같은 기준으로 워크아웃 과정에서 부담을 지려고 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는 게 조선업계의 시각이다.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목받는 전남 목포에 소재한 A조선사. 이 조선사도 금융권의 전체 신용공여 4000억여원 가운데 대출채권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RG다.

17만~18만톤급 석유운반선(PC선), 벌크선 등을 건조하는 이 조선사는 1도크와 2도크에서 43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선가는 척당 800억~950억원. 이중 19척에 대해 금융권으로부터 선수환급보증을 받았다. 전체 선수환급보증은 약 3500억여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A조선사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되더라도 C&중공업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조선사 관계자는 "C&중공업의 처리 방향은 중소 조선업계의 운명을 좌우할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다"며 "C&중공업 채권단 움직임으로 봐선 C등급 이하 조선사들은 모두 퇴출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국내 신생조선사는 18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건조경험이 전무한 업체는 10개에 이른다. 건조경험 유무는 등급분류에 중요한 잣대가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RG와 대출채권의 책임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대부분 중소 조선업체들과 협력업체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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