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제로금리' 되새김질, 일제 약세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2.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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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1.1%↓..금융주 중심 차익매물

뉴욕증시의 '제로금리' 랠리가 하루천하로 끝났다.

전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0.25%로 하향하면서 폭등했던 미 증시는 이날 일제 약세로 돌아섰다.
전날 급등에 따른 부담과 '제로금리 시대'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 금융주의 실적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99.80포인트(1.12%) 떨어진 8824.34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8.76포인트(0.96%) 내린 904.42, 나스닥지수도 10.58포인트(0.67%) 물러선 1579.31로 장을 마쳤다.



개장초부터 전날 급등에 따른 단기차익 매물이 흘러 나오며 약세로 출발했다.
투자자들은 사상 유례없는 '제로금리'정책의 전망에 촉각을 기울였다. 연준이 금리정책 실탄이 소진, '양적완화'정책에 의존하게 돼 인플레이션과 달러약세 등 부작용이 심각해질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연준에 금리를 제로까지 내려야 할 정도로 경기상황이 심각하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때맞춰 모간스탠리는 예상보다 악화된 4분기 실적을 발표,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금융주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다.
사상 최대 사기사건인 매도프 사건의 파장도 헤지펀드의 손실 우려를 확산시키고,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결국, 미 증시는 장중반 잠시 플러스권으로 돌아서는데 그친 끝에 일제 약세로 마감했다.

◇'제로금리'소화과정..금융주 조정

다우지수 구성 30종목 가운데 25개가 하락했다. 씨티 주가가 4.9% 하락, 다우 종목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씨티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2대 주주가 된 미 재무부가 건전성 악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악재로 겹쳤다.
씨티뿐 아니라 여타 금융주들도 일제 약세를 보이며 시장하락을 주도했다.
J.P모건이 1.5%,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3.1% 떨어졌다.

모간스탠리는 이날 4분기 순손실이 22억달러(주당2.24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35억9000만달러(주당3.61달러) 순손실 보다 개선된 실적이지만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34센트 순손실보다는 큰 폭으로 악화된 수치다.



모간스탠리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12억달러에 육박했으며 대출 관련 손실은 17억달러, 자회사 관련 증권의 자산상각도 8억달러에 이르렀다. 투자 관련 손실도 18억달러를 기록했다.

존 맥 회장이 실적 발표직후 금융지주회사로서의 시장전략을 밝히고, 장기적인 자본건전성은 생각보다 괜찮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오히려 2.3% 반등했지만 금융주 전체에는 심리적 부담이 됐다.

기술주는 애플이 6.6% 급락한 점이 악재가 됐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맥북에어 등의 신제품을 발표하며 전세계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맥월드 행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또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맥월드 기조 연설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펜하이머는 이날 애플의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달러, 엔 대비 13년래 최저..'제로금리'파장 지속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0)로 하향한 여파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달러화가 급락세를 이어갔다.



17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53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3.83센트(2.73%) 급등(달러가치 급락)한 1.4390달러를 기록했다.
오후한때 하락폭이 3%로 확대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루 하락폭으로는 유로화 출범 이후 최대치라고 전했다.

엔/달러 환율도 1.63엔(1.83%) 급락(엔화강세)한 87.42엔으로 이틀째 크게 떨어졌다. 한때 87.14엔을 기록, 1995년 7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인덱스는 2.1%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7월 71에서 지난달 21일 88까지 급등했었다.



연준이 전날 금리를 0-0.25%로 떨어뜨림에 따라 달러 금리는 일본 엔화의 0.3%보다 낮아지게 됐다. 연준이 추가로 모기지 증권과 국영기관 채권을 사들일 것을 천명하고 향후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방안 등 '양적완화'정책을 공식화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제로금리'소화과정..금융주 조정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역대 최대규모의 감산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감산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며 실제 감산결정이 실천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투명성이 유가를 억눌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3.54달러(8%) 폭락한 40.06달러로 마감했다. 정규거래시간중 전자거래에서 한때 배럴당 39.88달러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였다.

런던ICE시장에서 브렌트유 역시 1.12달러 떨어진 45.5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압둘라 알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알제리에서 회의를 마친뒤 "OPEC 회원국은 지난 9월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루 42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의 이번 감산은 단일 규모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이는 당초 OPEC의 감산 규모가 하루 200만배럴 정도가 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 소폭 웃도는 것이다.



OPEC은 지난 9월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한 데 이어 11월 150만 배럴을 추가 감산했다. 따라서 이번 220만 배럴 감산까지 누적될 경우 9월 생산량 기준으로 하루 생산량이 420만배럴 줄어드는 것과 같다.

OPEC의 대규모 감산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압력도 한층 높아졌다. OPEC은 앞서 러시아에 하루 40만 배럴의 감산을 권유했으며 러시아 이외의 산유국에는 10~20만배럴의 감산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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