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바이코리아' 외인, 연말 순매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12.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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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167억 순매수 중… 단기 수급에 숨통, 환율 주목해야

올 한 해 내내 매물 폭탄을 퍼붓다 최근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우리 증시의 연말 운명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없이 단기적인 호·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종의 갈대밭 장세다. 미국 자동차업체 '빅3'에 대한 미 정부의 구제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 10일과 11일 각각 1145.87과 1154.43까지 뛰어올랐던 코스피지수가 12일 미 의회 부결 소식에 1103.82로 추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시장에 경기침체 우려감과 경기부양 기대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널뛰기 장세는 벌써 며칠 째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기대와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에 그나마 증시의 숨통을 틔운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은 올 한 해 줄곧 팔아치웠다. 순매도 규모만 34조원으로 증시 패닉의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연말에 가까워오면서 주식을 사들이는 쪽으로의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외국인은 12월 들어 현재까지 4167억원을 순매수했다. 월별 기준으론 지난 5월 이후 첫 순매수 전환이다. 지난 한 주(8~12일) 동안만도 5518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매패턴의 변화 이유로 △연말효과 △환율효과 △가격메리트 등 세 가지 정도를 꼽는다. 헤지펀드의 연말 결산 마무리 등으로 주식 처분 여지가 줄었고, 저가매수 매력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율효과다. 최근 환율은 하향 안정화 추세가 또렷하다. 그 동안 환율이 폭등하면 주식을 팔고 떠나던 외국인이 연말에 가까워지며 환율이 내리자 환차익 효과를 위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 발 더 나아가 달러 가치 하락에 힘입어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마주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4일 "글로벌 달러가치의 하락 전환에 힘입어 외국인 수급환경이 개선됐다"며 "달러화 약세는 국내 외국인 투자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단기적으로나마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중일 통화스왑 확대와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흑자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300~1400원 밴드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고 어느 순간 1200원대 진입도 가능한 시점"이라며 외국인이 수급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경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로선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안정화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매수세도 좀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에 수급상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편에선 외국인 순매수가 단기적으론 가능하겠지만 대규모 매수세로 전환하거나 추세가 장기화되긴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대개 매년 12월엔 매수세를 늘리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외국인 순매수의 추세화를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거시지표가 여전히 최악이어서 증시 '바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에 대한 기대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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