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운용사 선정, 결국 '전주'몫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8.12.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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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많은 금융사가 운용사 지목…계열사 밀어줄듯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의 운용을 맡게될 위탁운용사 선정기준이 사실상 운용능력보다, 펀드출자규모로 정해졌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설립준비단은 9일 통합펀드를 운용할 회사 1곳과 상품별(은행채·회사채·프로젝트 파이낸싱 등)로 하위펀드를 운용할 8곳을 정해 통합펀드가 하위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설립준비단은 통합펀드 운용사를 채안펀드의 최다 출자기관인 산업은행이 선정하고, 나머지 하위펀드 운용사 4곳은 각 금융업권(은행, 생명보험, 화재보험, 증권)별로 가장 많은 돈을 낸 회사들이 고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하위펀드 운용사 4곳은 앞서 운용사를 선정했던 금융사를 제외한 남은 출자회사 가운데 출연금이 큰 순서대로 4개 회사가 지명하기로 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채안펀드의 출자 금융기관은 계열사를 지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설립준비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럴 경우 통합운용사는 앞서 설명한 기준에 비춰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산은자산운용이 맡게 된다는 것.

이런식으로 자산규모 기준, 은행 1위인 국민은행은 KB자산운용, 생보사는 삼성생명이 삼성투신운용, 우리투자증권이 우리CS자산운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운용사를 중복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재보험 수위 회사인 삼성화재가 어디를 선택할지가 미지수로 남는다.

앞서 운용사를 지목했던 출자자를 뺀 나머지 순서를 보면 신한은행이 신한BNP투신(SH자산운용 포함), 농협이 NHCA자산운용, 하나은행이 하나UBS자산운용에게 운용을 맡게 된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투자증권과 우리CS자산운용이 겹치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에선 회사채펀드 운용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동양투신운용, 아이투신운용, 도이치투신운용, KTB자산운용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저평가된 우량 회사채를 고르려면 신용평가 능력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채안펀드의 운용사 선정 잣대는 실력보다 계열사 밀어주기로 흐르고 있다는 것.

당초 채안펀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 주도아래 설립됐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금융회사들도 손실위험과 자금부담으로 펀드 출자를 원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계열 운용사 몫으로 (위탁운용사를) 할당을 해 주는 방식으로 기준을 정했을 것"이라며 "그간 자산운용사 가운데 회사채 운용을 꾸준히 해 왔던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지만 대부분 중소형사이기 때문에 이번 선정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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