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M&A로 자발적 구조조정 시작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11.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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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스위스·토마토, 부실업체 3곳 인수

우량 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거래고객을 보호하는 자율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수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비중을 높여왔다는 점에서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받았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강제적인 구조조정 보다는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극복을 꾀하고 있다.

◇저축은행, 자발적 M&A 눈길=2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대형 우량업체들이 PF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끌어안는 '짝짓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달 7일에는 부산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과 관련, 금융위원회에서 최대주주 자격승인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은 대전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중부저축은행 인수를 각각 마무리 지었다. 이어 자산규모 4위인 분당의 토마토저축은행이 지난 19일 부산 소재 양풍저축은행(옛 파라다이스저축은행) 인수를 공식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 여신이 많은 대형 저축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라면서도 "이들 업체들이 부실저축은행 M&A에 적극 나선다는 점에서 자금여력은 아직 충분한 듯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밖에도 4~5곳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M&A 협상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부실업체 퇴출이라는 강제적 구조조정보다, 자발적 구조개편이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간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아래로 떨어져서 경영개선 요구를 받던 고려·대전·양풍·전일·우리 등 5개 저축은행 가운데 3곳이 대형사들에게 이미 피인수됐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후속 딜(deal)이 언제쯤 나오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현대스위스·토마토 등 대형사에서 한차례 더 M&A를 성사시킬 경우, 대외적으로도 저축은행업계의 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M&A 특성상 인수 발표가 나올 때까지 딜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 힘들다"면서도 "수도권 진출을 노리며 내실을 다져온 지방업체들의 딜 성사여부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조용한 중재자=저축은행업계에 M&A가 활성화된 건 금융당국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조치를 내놓는 한편 인수대상이 될 업체에 대해서는 M&A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조치를 취했다. 부실업체들이 자산규모나 재무현황, 영업내역 등을 부풀리지 않도록 감독하고 인수주체들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도 영업구역을 확장할 수 없었으나, 금융위는 올 8월부터 인수자금 120억원 당 1개의 지점을 영업권역 외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축은행 영업권역은 서울, 부산, 대구·경북, 인천·경기, 광주·전남, 대전·충남, 울산·경남, 강원, 충북, 전북, 제주 등 11개 권역으로 엄격히 구분돼 있어 M&A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권역 확장 인센티브가 효과를 내고 있다"며 "그간 착실히 내실을 다져온 비수도권 저축은행들에겐 현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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