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디플레 공포' 끝없는 추락

김유림 기자 2008.11.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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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지수 11년 전으로

전날 5년 최저점을 찍었던 뉴욕 증시가 20일에도 폭락하며 끝모를 추락을 이어갔다. S&P500지수는 1997년 이후 11년반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지수는 급락으로 출발한 후 한때 상승세로 반전하기도 했지만 민주당이 자동차 지원법안 표결 처리를 내달로 연기하고 자동차 기업들에 자구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이후 폭락세로 전환했다.



다우지수는 444.99포인트(5.56%) 급락한 7552.29로 마감해 지난 2003년 3월 이후 최처지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54.14포인트(6.7%) 급락한 752.44로 거래를 마쳐 지난 97년 4월 이후 11년6개월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나스닥지수는 70.30포인트(5.07%) 급락한 1316.42로 마감했다.



노동과 제조업 지표가 모두 악화된 가운데 미국의 자동차 빅3에 대한 합의 도출이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 결국 실패하고 내달로 넘어가자 실망감으로 매도 분위기가 강해졌다.

BNP파리바는 "미 정기 의회가 종료되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48시간 동안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방송 등은 '현재 미국엔 리더십이 없다(We have no leadership)'는 말로 최근 급락 원인을 설명했다. 부시 정부와 공화당이 구제금융 2차 집행을 차기 정부로 미루고 자동차 구제법안에도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과 오바마 당선자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유가는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 전망으로 3년6개월만에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 빅3 지원법안 표결 내달 연기

미국 민주당이 20일 미국 자동차 빅3에 대한 구제법안 표결을 다음달로 연기하고 자동차 업체들에게 자구방안과 구제금융 사용 계획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내달 2일까지 자구계획을 마련해야 하며 표결은 8일부터 시작되는 주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 리드 상원 원내 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GM은 이 발표 후 4.5% 상승했고 포드는 장중 20% 가까이 폭락했다가 7.1%로 상승하며 끝났다.

◇ 금융주 또 급락

씨티그룹은 전날 23% 폭락한데 이어 이날도 24.77% 폭락했다. 특히 씨티의 주요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씨티 지분을 5%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하락했다.

3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JP모간은 전날 11.42% 폭락에 이어 이날도 17.74% 폭락했다. 전날 11% 급락했던 골드만삭스는 4.51% 하락했다.

FBR캐피털마켓은 이날 "민간 부문에서 리스크를 떠 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위 8개 은행들의 자본 확충 등을 위해 7000억달러와는 별도로 앞으로 1조2000억달러를 더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주간 신규 실업자 16년 최고

지난주(10~16일)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전주 대비 2만7000명 늘어난 54만2000명을 기록했다고 노동부가 밝혔다.

이는 예상치 50만5000건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 92년 이후 16년만에 최고치다.

실업보험을 연속으로 수급받은 사람은 410만2000명으로 예상치 390만명을 넘었다. 연속 수급자수는 1982년 12월 이후 26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실업자 수는 120만명으로 집계됐다.

툴렛프레본의 레나 코밀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업 사태는 연말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제조업 지수도 18년 최저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 활동을 나타내는 11월 필라델피아 연준지수가 마이너스 39.3을 기록했다고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20일 밝혔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마이너스 35보다 더 나빴고 지난 90년 10월 이후 18년만에 최저치다.

지수는 '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나타내며 지난해 평균치는 5.1이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고용이 위축되고 민간 소비도 줄면서 제조업 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향후 3~6개월 후의 경기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10월 경기선행지수가 0.8% 하락했다고 민간 연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밝혔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0.6% 하락을 웃돌았다. 지난달인 9월에는 0.1% 상승했었다.

컨퍼런스보드는 금융위기로 인한 고용 감소와 주택 가격 하락세 지속, 제조업 둔화 등으로 선행지수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IDEA글로벌의 맥스웰 클라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유가 50달러 밑으로

국제 유가가 지난 2005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2005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가격 급락을 초래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2월물은 전일 대비 4.77달러(8.9%) 폭락한 배럴당 48.8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가격은 장중 한때 48.64달러까지 떨어져 3년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원유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11일 배럴당 147.27달러 최고점 대비 67% 폭락했다. 거의 100달러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 엔캐리 청산, 엔화 강세

미국 경기침체 심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3주 최고치로 상승했다.

2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4분(현지시간) 현재 엔/달러 환율은 1% 하락한 94.78달러까지 떨어졌다. 환율은 장중 94.29엔까지 하락해 지난달 28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엔/유로 환율도 전일 대비 0.8% 하락한 118.65엔을 나타내며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엔화는 호주 달러화에도 4.9% 상승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유로 환율은 0.1% 상승한 1.2506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스위스 중앙은행의 예상치 못한 대폭 금리 인하로 스위스 프랑화에는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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