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G20회담' 안 가는 까닭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1.1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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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보다 실" 판단… 부시와 거리두기·운신폭 확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선진 및 신흥 20개국(G20) 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G20 회담이 글로벌 경제위기 공조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이긴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존 포데스타 미 민주당 정권인수팀 공동대표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의 최우선 순위는 '경제'"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주재하는 G20 회담에 오바마 당선인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이 G20 회담에 참석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힌바 있다.
부시대통령은 또 10일 백악관을 방문한 오바마 당선인에게 국제경제 전문가들로 하여금 G20회담 의제와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도록 하고 오바마 당선인의 견해를 경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데스타 대표는 "미국의 대통령은 한명이며, 두사람이 동시에 회담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포데스타는 오바마 당선인이 경제회복 관련 법안통과와 저탄소 에너지 개발 등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시정부 시절에 발표된 '대통령령'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인의 G20 회담 불참방침은 어떤 식으로든 부시대통령의 정책과 오버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치분석가인 로스 베이커 럿거스대학 교수는 "오바마 당선자는 깨끗한 상태에서 출발하고 싶어하며, 취임하기 이전에 (기존의) 정책 결정에 간여한 인상을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 당시 마련된 경제회생 방안이 의도한 만큼 작동하지 않고,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정권과 '책임'을 나눠 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략 및 국제문제 연구소의 레기널드 데일은 "오바마 당선인은 취임후 자유로운 상태에서 정책을 펼수 있기를 바랄 것"이라며 "G20에 참석했을 경우 회담 결과에 구속되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당선인이 G20 회담에 참석, 국제무대에 조기 '데뷔'하는 것이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몬 존슨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느 "오바마 당선인이 G20 회담에 참석하고 싶더라도 현실적으로 회담을 준비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무장관 등 경제팀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G20 회담에 참석했다가 '준비안된 지도자'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오바마 후보의 G20 불참결정이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인 판단이라는게 미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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