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경제논객 미네르바 컴백, 위기예고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8.10.24 08:00
글자크기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코스피지수 시황판이 91.07포인트 내린 1,043.52를 나타내고 있다. @이명근 기자<br>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코스피지수 시황판이 91.07포인트 내린 1,043.52를 나타내고 있다. @이명근 기자


"환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고, 하반기 한국 경제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생필품이라도 사 두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미네르바'가 돌아왔다. '강마에'(MBC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 뺨치는 독설도 여전했다. '미네르바'는 다음 (49,200원 ▲900 +1.86%)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활동 중인 한 네티즌의 필명. 지난달 초 미국 리먼 브라더스 부실 사태를 예측한 글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고라 인기 논객으로 뛰어올랐다.



그가 쓴 글은 항상 '대박'이었다. 평균 조회수가 5만건에 이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읽었고, 또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

미네르바의 인기는 단순히 그의 예측이 정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다양한 지표와 수치를 이용하면서 경기를 진단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했다. 직설적인 '독설' 역시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이른바 '주류'의 시각이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해, 그동안 잘못된 예측에 돈을 잃었던 개인투자자의 가려운 곳도 긁어주었다.

100개가 넘는 글을 올리면서 '아고라의 유명인사'로 급부상했던 미네르바는 지난달 18일 "너무 이름이 팔려 이쯤에서 판을 접어야겠다"는 글을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 전에 썼던 글도 전부 삭제했다.

약 2주 동안 글을 올리지 않던 미네르바는 지난 2일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의 달러 보유액이 부족해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것이 '돌아온 미네르바'의 주장.


해박한 지식과 쉬운 설명, 날카로운 독설이 여전한 만큼 미네르바의 인기 역시 여전하다. 지난 2일 쓴 글의 조회수는 6만건이 넘었고,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미네르바의 글을 읽고 나면 경제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댓글을 남겼고, 다른 네티즌은 "지금까지 엉터리 정보에 속아왔다는 사실을 미네르바 덕분에 알게됐다"는 심경을 밝혔다.

미네르바의 예측은 비관에 가깝다. 그의 회의적인 시각 때문에 "너무 안 좋게만 보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비관은 오히려 '낙관'에 가까웠다.

미네르바는 지난달 18일 "주가는 1210~1235 수준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23일 종가기준 코스피지수는 1049.71이다. 미네르바의 예측보다 200포인트 가까이 더 하락한 셈이다.

또 지난 2일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310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지만 23일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미네르바의 예상보다 더 상황이 나빠진 셈이다.

미네르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 네티즌도 늘어났다. 미네르바는 자신에 대해 '고구마 파는 노인'이라고 표현할 뿐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때는 '미네르바'라는 필명 때문에 여성 네티즌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여신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