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署, 고개숙인 남성들로 북적거리는 까닭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8.10.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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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900여명 성매수 혐의로 조사받아...1100여명 추가 조사 예정

지난달 이후 경기도 부천 중부경찰서를 찾는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여성청소년계 조사실. 담당 경찰관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가는 목소리로 "기억이 안난다", "사업 상 어쩔 수 없었다" 등 다양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중부경찰서에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몰리는 이유는 경찰이 유사 성매매 업소와 성매수 혐의자를 무더기로 적발했기 때문.



경찰은 '유흥업소 천국'이라는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 중순부터 휴게텔이나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 등 유사 성매매 또는 성매매업소에 대해 일제단속을 벌였다.

지금까지 적발된 성매수 혐의자들은 무려 2000명. 현장에서 적발된 경우도 있었지만, 이용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가 추적에 걸려 소환된 이들도 상당수다. 경찰은 적발된 혐의자들에게 2차례 전화 통보를 한 뒤 불응하는 혐의자에 한해 집이나 회사로 서면 출두 요구서를 보내고 있다. 끝까지 불응하는 혐의자에 대해서는 체포나 지명 수배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중순 이후 지금까지 조사 받은 남성만 무려 900여명. 앞으로 1100여명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

연령대는 다양했다. 적게는 20대 후반, 많게는 50대 이상의 남성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직업 구분도 없었다. 회사원이 가장 많았지만 자영업자, 운전기사, 대학생, 군인 등의 직업을 가진 남성도 있었다. 공무원도 몇 명 섞여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만큼 조사를 받는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고개를 숙인 채 "이번이 처음인데 선처를 부탁한다"고 호소하는 남성이 있는가하면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며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이들도 있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들어가서 잠만 자다가 나왔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남성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행여 아는 사람을 만날까 전전긍긍한다는 점. 조사 받는 남성들은 대부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고, 이동할 때도 주변의 시선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조사 결과 성매매 사실이 밝혀진 남성 가운데 초범은 '존 스쿨'이라 불리는 보호관찰소에서 하루 8시간 교육을 받고 기소유예 처리된다. 이미 1회 이상 적발된 경우에는 상습법으로 분류돼 벌금형을 받거나 구속된다.

부천 중부 및 남부경찰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속을 실시해 관내에 성매매와 유사 성매매를 뿌리 뽑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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