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 4년래 최저 'D의 공포'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2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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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제프리스 지수 7월 고점에서 41% 하락…BDI도 고점대비 90% 폭락

글로벌 경기침체가 원자재 수요를 줄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품 가격이 4년래 최저치로 급락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세계는 상품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했다. 당시 전세계는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속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경기둔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이제는 'D'(Deflation,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전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19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 상품 지수는 전날보다 3.3% 폭락한 269.48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4년 9월 8일 이후 최저치다. CRB 상품지수는 7월 사상최고치에서 무려 41% 급락한 것이다.

로이터제프리스 CRB 상품 지수 추이. 7월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로이터제프리스 CRB 상품 지수 추이. 7월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해운물동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도 6년래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다. 올해 고점대비로는 무려 90% 폭락해 경기둔화로 인한 국제 물동량 감소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BDI는 전날보다 5.5% 급락한 1221을 기록, 1만1793 수준이던 올 5월20일 대비 90% 폭락했다.

최근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 경기침체로 국제 물동량이 급감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제 물동량의 큰 축을 이뤘던 중국 철강업체들의 부진도 악재로 작용했다.

개별 상품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2.80달러 떨어진 735.20달러를 기록,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값은 최근 10거래일 중 하루만 빼고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3월 1000달러선에 도달했던 금값은 이후 27% 폭락했다.

공업용 자재로 널리 쓰이는 구리 가격도 파운드당 14.15센트 떨어진 1.8655달러를 기록했다. 올들어 39% 폭락세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66달러 선으로 떨어지며 1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5.43달러(7.5%) 급락한 66.75달러로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13일 이후 최저가이다.

이날 밀 가격은 1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옥수수 가격은 7.1% 폭락했다. 대두 가격도 5.5% 하락했다.

델타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칩 핸론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상품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으며 대량 매도를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품 가격 급락은 디플레이션 공포를 낳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연료 및 식품 가격 상승세로 고난을 겪던 소비자들에게 물가 하락 소식은 언뜻 희소식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더욱 심각한 악재라고 우려했다.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의 버나드 보몰 이사는 "수요 결여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가격은 제품 생산 비용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기업들은 이 경우 감원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는 수요를 더욱 줄이고 추가적인 가격 하락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폴 카스리엘 노던 트러스트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디플레이션은 주택, 주식 등 자산 가격 하락세로부터 출발한다"면서 "디플레이션은 대출 담보 가치를 줄여 은행들의 손실을 커지게 만들고 대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데이빗 와이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이코노미스트도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보다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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