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예기치 못한 투자손실에 대처하는 자세

김주영 변호사 2008.08.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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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관련 소송업무를 다루다 보면 개인적으로는 '재앙'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평생 모은 재산을 날렸다든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되었다든지 하는 경우다.

얼마 전에 시작한 집단소송의 의뢰인 중 한 명의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아 나중에 알고 봤더니 부친상을 당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 바로 그 소송사건 때문에 부친이 화병이 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법과시장]예기치 못한 투자손실에 대처하는 자세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사건을 맡은 변호사로서 심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열심히 싸워 사건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에 직면한 의뢰인으로 하여금 현재의 상황을 잘 해석하도록 옆에서 돕는 일이다.

그래서 예기치 못한 경제적 재앙을 만난 이런 분들에게 지면으로나마 평소 가진 몇 가지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은 대부분의 재난이 우리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닥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진, 홍수, 질병,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실직, 부도, 사기 등 경제적 재앙 역시 내 뜻과 상관없이 닥치는 경우가 많으며 IMF사태나 각종 버블 붕괴에서 보듯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이 닥쳤을 때 제일 힘들어 하는 사람은 나만 유독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모두 잘 된 것만 얘기해서 그렇지 주변을 돌아보면 일생에서 모두 한 두 번씩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모두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교수,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들 중에서도 아주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필자도 7-8년 전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어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었다.


둘째, 이런 재앙을 통해서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내 뜻과 상관없이 닥친 재앙이지만 그 재앙을 통해서 내가 들여다보아야 할 나의 모습이 있다. 혹시 내가 허황된 대박의 꿈을 좇지는 않았는지, 나쁜 상황을 외면하고 회피해서 점점 악화되지는 않았는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서 항상 피해를 당하는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조급증에 걸린 모습은 없는지..

특히 나에게 같은 종류의 사건이 거듭해서 발생한다면 내가 아직도 사건을 통해서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어떤 사건도 그 사건이 나의 성장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그 사건은 재앙이 아니다. 이 세상에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잘 해석하고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셋째, 어떠한 경우에도 내 삶이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재앙으로 말미암아 집을 줄여야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없게 될 수도 있으며, 내가 평소 무시하던 직업을 바로 내가 가져야 할 경우도 있다.

정작 문제는 이렇게 상황이 나빠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내가 잠이 안 오고 소화가 잘 안되고 하는 그런 것이다. 내가 상황이 좋을 때는 행복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불행하다면 내 자존감의 기초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부도와 실직으로 가족들 간에 서로 누구 탓인가를 따지고 싸운다면 그것은 가족 간의 유대가 그만큼 약했다는 증거이다.

참 희한한 것은 도저히 답이 없는 것 같은 상황도 그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회피하지도 않고 하나씩 직면해 나아갈 때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기적과 은총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바로 그런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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