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수입대행업이 산업화하려면

송기호 변호사 2008.03.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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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수입대행업이 산업화하려면


해외수입대행 서비스업이 성장 추세이다. 그 배경에는 달러와 엔화 값이 싸지면서 미국과 일본 제품 구입 부담이 줄었고, 소비자 수요가 갈수록 세분화한 데 있다. 한국의 소비자는 인터넷 쇼핑에 익숙하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의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직접 고를 준비가 되어 있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에 있는 제품을 컴퓨터에서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는 방식의 소비 패턴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이 업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지 소비자의 수요가 존재한다고 해서 지속적인 산업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대행 쇼핑 방식을 아직 테스트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외국 제품의 절대 다수는 외국 회사의 대리점 혹은 국내 기업이 제품을 국내에 수입해서 판매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주류 패턴에서는 A/S, 반품, 사용법 설명, 시험 사용 등의 중요한 서비스가 함께 제공된다. 그러나 수입대행업은 이런 것이 없다.



수입 안전성 심사 존중해야

수입대행업의 잠재력은 크다. 이를 살려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지속 성장시키려면 최소한의 존재 가치와 신뢰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산 유아용 분유와 이유식 수입 대행이 강남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았었다. 그러나 그 유아용 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수입대행업이 사회적 신뢰를 받는 제도로 정착되기 어렵다.

수입대행업 산업화의 기초 자산이자 약점은 바로 수입대행업 회사들이다. 안전성 심사를 받도록 돼있는 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대행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의약품, 식품, 산업 안전 공구 등 수입 안전성 심사를 받아야만 하는 제품군에 대해서조차 무차별적으로 수입대행을 해 주는 일부 영업 방식에 업계가 자정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유감스럽게도 해결 전망은 밝지 않다. 오히려 이 분야에 갈수록 더 많은 수입대행 업체들이 몰린다. 수입안전성 심사 절차를 회피해서 수입대행방식으로 외국 의약품 등을 들여 올 경우 정상적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보다 값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을 쉽게 유혹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아예 이 분야 제품의 수입대행조차 법적으로도 적법하다고 강변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법부는 수입의 개념을 갈수록 넓게 보고 있다. 법리 문제를 떠나 새로운 규제를 불러들일 뿐이다.

수입대행업의 경쟁력

수입대행업의 잠재력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자신의 섬세한 취향을 실현하는 데 있다. 정형화된 전통적 수입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있되 소비자의 선호도를 충족시켜 주는 범위 안의 검증된 것이어야 한다.

결국 해외 유망 브랜드나, 새로운 소비 패턴 분야를 초기단계에서부터 신속하게 파악해서 국내 마니아에게 제시해 줄 것인가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물론 인터넷 결제 등의 기초적 인프라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전통적 수입품 구매와 경쟁할 수는 없다.

지금 수입대행업계는 자신의 잠재력을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지의 시험대 앞에 서 있다. 업계 공동의 자정과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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