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때론 을방(乙方)측이 돼 봅시다

노인수 변호사,생활치안국민연대 준비위원 2008.04.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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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어린이·부녀자 성폭력 살해·사체 유기 사건으로 세상이 요란했다. 결국 대통령이 현장에 출동하니 6시간도 못돼 범인이 잡혔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움직였으면 지금쯤 범인들의 씨가 말랐을 뻔 했다.

[법과시장]때론 을방(乙方)측이 돼 봅시다


대검찰청의 2005~2006년도 범죄통계를 보면 범죄건수가 189만3896건에서 182만9221건으로 6만4685건이나 줄어든 것으로 돼 있다. 



최근에는 세상 모든 사람을 죽이더라도 그 죄인은 사형을 면할 수 있어 혼자 살아남게 될 날이 멀지 않았으니 범죄 여건이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가해자(피의자)의 인권만 논한다.

새로운 수사기법이 나와도 수백 명의 피해자가 나와도 어쩔 수 없다. 작년에 내 고향에서 수십 명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각 경찰서 수사관들은 피해자로부터 범인의 체액을 채취하여 동일범의 소행인 것은 밝혔으나 그 체액의 장본인은 알 길이 없었다.



'그놈'이 잡힐 때까지 우리의 딸들은 희생양이 됐고 DNA채취법은 그놈의 인권을 위해 국회에서 지금도 잠자고 있다.

범죄를 줄이고 범인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세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확립돼 이를 중심으로 공직자가 열정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5년 단임으로는 이벤트만 반복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진득하게' 범죄와 전쟁을 치룰 의지가 있는 전사를 찾기 어렵다.


검사나 경찰관 등 범죄를 막아야할 공직자가 인사권자의 일거수일투족과 상하관계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돈과 아부가 최선의 방책이고 공익이나 대의명분은 책에서나 볼일이다.

둘째 공직자를 제대로 된 심판으로 세워야 한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이 심판격인 검사들을 임기 초반 묵사발을 만들어 놓았고, 수사권 독립이란 핑계로 검찰과 경찰을 끊임없이 대립토록 만들었다.

수사관들은 위험부담을 안고 수사를 하기보다는 무사안일하게 지내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다. 선수는 심판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반칙을 잘해야 우수한 선수가 된다. 제대로 된 심판 1명을 세워 선수들이 부정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시민들은 끝까지 범죄를 응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112나 파출소, 검찰청 당직실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사소한 사건이라도 용서하지 않고 계속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상대가 누구이든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응징할 태도를 보이면 범인이 범죄를 단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남의 일이라고 악마적으로 즐기는 우리 자신이나 언론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1994년 끔찍한 지존파들이 만들어 놓은 지하실 화장터가 적나라하게 공개됐고 예슬·혜진 양의 분리된 몸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중계방송처럼 보도됐다. 

이래서는 안 된다. 언제 내가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내가 지존파의 지하실 화장터에 갇힌 피해자라고 생각해보라. 내 딸의 뒤를 범인이 흉기를 들고 뒤쫓아 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가해자인 갑방(甲方)에서 즐길 것이 아니라 때론 을방(乙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때 제대로 된 대책과 행동이 나올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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