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같이 놀아줬던 언니 오빠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니, 내가 어른이 돼 잠깐이지만 함께 했던 그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1966년 어느 봄날 서오릉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섯 소년들과의 순수하고도 소박했던 만남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다. 교수 선생님과 순수하기만한 아이들과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고 있다.
하지만 때는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엄혹한 시기였다. 신 교수는 구속됐고 사형을 언도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 글도 사형을 언도받은 후 교도소에서 휴지에 조각조각 남겼던 내용이다.
저자는 이들의 순수한 만남도 당시 정국에서는 굴절되고 왜곡돼 불온단체로 매도됐다고 회고한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후의 가난과 정치적 억압이 순수하고 가슴 훈훈한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절망의 끝에서 써내려간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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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신영복 교수가 20년 20일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광복절특사로 특별 가석방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또 그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청구회 추억'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린 글 중 한 편이다.
감성 깊은 김세현 작가의 그림과 성공회대 영어학과 조병은 교수의 영역 원고가 어우러져 펼쳐진다.
◇청구회 추억
"절망 끝에서 써내려간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신영복 지음/돌베개 펴냄/136쪽/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