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뺀' 노키아·아이폰, 국내 입성하나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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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중심 위피 폐지론…방통위 "검토중" 폐지수순밟기 분석도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키아의 휴대폰, 애플의 '아이폰' 등 외국 휴대폰업체들의 연내 국내시장 무혈입성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명분-실리' 모두 잃은 위피, 폐지론 급부상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의 정책성과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위피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위원회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이번 정책 검토를 사실상 위피정책 폐지를 위한 '수순밟기'로 간주하고 있다.



위피는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국내 이통사간 상이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표준화하고, 이를 국제표준으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에 따라 지난 2005년 개발됐다.

방통위는 위피 활성화를 위해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 고시의 개정을 통해 2005년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휴대폰에 위피 탑재를 의무화했다. 위피는 이를 통해 그동안 4000만대 이상 휴대폰에 탑재됐다.

그러나 폐쇄형 위피는 국제 표준은커녕 갈수록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스마트폰 및 고기능 휴대폰의 확산으로 휴대폰에서도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PC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해 무선인터넷 플랫폼들이 개방형으로 진화해왔기 때문.


특히 노키아폰이나 아이폰 등이 위피로 인해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자 국내 이통사들도 위피에 등을 돌렸다.

이런 마당에 정부조직개편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정책을 지식경제부에 넘겨준 방통위는 외국정부의 통상압력을 유발하는 위피 의무화 정책을 더 이상 고수할 명분도 실리도 잃어버리면서 정책 검토라는 카드를 빼어든 것이다.

◇이통사, 위피 폐지론 바람몰이

이통사들은 방통위에 위피 의무화 정책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외산 휴대폰 업체들도 서둘러 위피를 탑재한 휴대폰을 내놓기 보다는 자국 정부 등을 통해 위피 폐지를 위한 압력을 강화하며 ‘시간벌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통사들이 위피 폐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국내 휴대폰 제조시장의 지형변화와 맞물려 있다.

다수의 중소 휴대폰 업체들이 활약하던 몇 년 전만해도 이통사들은 외산 휴대폰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없었다. 국산 제품만으로 프리미엄부터 저가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중소 휴대폰 제조사들이 몰락하면서 국내 휴대폰 제조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 구도 속에 팬택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체제로 재편됐다.

이렇다보니 국내 이통사들은 다양한 휴대폰 라인업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사와의 힘의 역학관계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F 등은 연초부터 노키아, 소니에릭슨, 애플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외산 휴대폰의 국내 조달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외산 휴대폰 업체들은 한국이라는 제한된 수요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위피까지 탑재해야하는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외산 휴대폰 업체 입장에서 연간 2000만대 규모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반기 기준으로 78%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시장은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노키아는 위피를 탑재한 폰을 출시하기 위해 형식승인까지 마쳤지만, 출시 전단계인 망 연동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애플도 올해 3G 아이폰의 출시국가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유력한 외산 단말의 국내 진출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폐지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위피정책의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아직 조직화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휴대폰을 팔고 있는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통상마찰 소지도 갖고 있는 위피 정책을 드러내 놓고 찬성하기 어렵다.

그동안 위피에 주력했던 중소 무선인터넷 및 콘텐츠 업체들은 개방형 위피 등을 통해 위피를 업그레이드하고, 정책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거센 위피 폐지의 목소리에 묻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 국내 휴대폰업체 관계자는 “위피 정책이 없어질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아이폰, 노키아폰 등이 아니라 중국, 대만 등의 저가 제품이 아무런 제재없어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 더 걱정”이라며 "위피정책 폐지 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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