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美연기금 '울고 웃고'(상보)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7.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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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와 인플레에 미국 연기금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증시 조정과 신용 경색 여파에 미국 대기업 퇴직연금 펀드는 300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이하 캘퍼스)과 같은 연금펀드들은 상품시장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 퇴직연금, 8개월새 2800억불 증발 = 7일(현지시간) 인력자원 컨설팅회사인 머서(Mercer)에 따르면 S&P1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퇴직연금 펀드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 상반기까지 2800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는 4조 달러에 이르는 퇴직연금 자산의 7%에 이르는 규모다.



머서의 애드리안 하트숀은 "회계장부상 손실은 지난해 10월 이후 1600억 달러에 이르지만 펀드 자산과 유동부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손실규모는 총 2800억 달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퇴직연금 펀드 손실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며 "내년에는 퇴직연금에 드는 비용이 20~30% 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동안 손실은 80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 '고유가 베팅' 캘퍼스는 연수익 68% = 퇴직연금들이 큰 손실을 입은 반면 일부 연금펀드는 석유 등 상품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캘퍼스는 지난해 초 11억 달러를 석유 등의 상품에 투자해 68%의 투자수익을 냈다. 캘퍼스가 상품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연금펀드는 최근 1년간 6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페어팩스 퇴직관리기관(RAA)의 로버트 미어스는 "수익을 내는 데 상품투자가 큰 도움이 됐다"며 "(상품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올해 성적은 매우 악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연기금 펀드들도 석유, 금속, 옥수수 우라늄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연금펀드는 27억 달러 규모의 펀드 자산 중 5%를 주식에서 상품으로 옮겼다.

◇ 연기금, 상품가 올린 '악의축'? = 연금펀드들이 상품투자를 늘리면서 최근 달러 약세와 상품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품시장 투자자 중 연금펀드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연금펀드는 특히 단기간 내 사고 팔기보다는 장기투자하기 때문에 상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상품시장 규모는 지난 2003년 130억 달러에서 최근 2600억 달러로 늘었다.

대부분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에만 투자하던 연금펀드가 상품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1년 이후다. 상품투자는 기대 수익이 높지만 시장변동성이 크고 위험도가 높아 그 전까지는 미국에서 연금펀드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하지만 2001년 증시가 폭락한 이후 연금펀드 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 다양화 필요성을 느껴 상품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당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은 대규모 연금펀드들이 상품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여러 상품을 편입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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