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1조클럽]⑥삼성카드,시장과 다른 '눈'

더벨 황철 기자 2008.07.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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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시장과의 시각차, 잔액 7천억 불과 ‘주장’ … 종금형 CP 지위 논란 재현

이 기사는 06월27일(08:2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삼성카드 (39,950원 ▲250 +0.63%)는 건전성 확보를 최대 기치로 걸고 부실자산 정리와 충당금 적립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차입 구조를 다원화하고, 장기 자금을 확대해 유동성 위험에 대한 노출도 낮췄다.



그 결과 점유율과 수익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재무구조의 외견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시장도 삼성카드의 건전성 확보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 부족한 재무구조



그러나 최근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 있다. 가파르게 늘고 있는 기업어음(CP)이 그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카드의 CP잔액은 1000억원∼4000억원대를 맴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폭증하기 시작, 5월말 현재 증권예탁결제원 등록 기준으로 1조 3215억원에 이른다. 불과 8개월 만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을 CP로 조달한 것이다.

[CP1조클럽]⑥삼성카드,시장과 다른 '눈'


그 결과 삼성카드의 단기차입 비중은 30%대 후반(1년 내 만기도래 ABS 포함)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전업계 카드사(신한, 삼성, 현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CP규모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시장과 회사의 현격한 시각차이다. 삼성카드측은 은행 종금계정에서 보유중인 CP를 CP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이를 포함해 유동성위험을 가늠하고 있는 것과는 관점부터 다르다.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CP 잔액 5000억원을 넘어선 적이 없고 5월말 현재 잔액도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밝힌 1조 3215억원과 6000억원 가량 차이를 보인다.

종금형 CP에 대한 두 가지 관점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카드가 종금업을 겸하고 있는 은행(우리, 신한, 외환)을 대상으로 발행한 어음을 CP잔액으로 계상하지 않고, 일반대출로 잡은 탓이다. 일명 종금형 CP가 '유가증권 투자냐, 대출이냐'를 두고 발생한 논란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안기홍 삼성카드 자금팀 차장은 “어음할인대출을 위한 발행분은 만기가 1년으로 비교적 길고, 연장이 가능해 CP라고 보기 힘들다”며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고, 조달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아 활용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은 이들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종금형 CP 역시 기업어음이 갖는 위험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엔 만기연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됐을 경우 은행이 언제 태도를 바꿀지 알 수 없다.

증권사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만기가 길고, 연장이 가능하다고 해 안정적 조달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라며 “시장과 인식이 달라 혼란이 생긴다면, 조달 정책 수립이나 리스크 관리 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처럼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경우, 자금 재조달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카드가 은행들의 종금형 CP 편법 활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신·기보 출연료를 피하기 위해 종금계정 보유 CP를 유통CP로 편입하는 행태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위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규제 회피를 위해 종금형 CP를 유가증권 투자로 전환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이들의 논리에 현혹돼 CP발행을 늘리는 것은 자금 조달 능력에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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