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보니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씀씀이를 줄이면서, 경제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절약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절약의 역설'과 '구성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2가지 점에서 효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10조원이라는 거금을 1500만명에 나눠줌으로써 1인당 받는 돈을 6만~24만원의 푼돈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당장 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돈이라도 소중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퍼주기'가 아니고 한국경제의 소생을 위한 것이라면 방향을 한참 잘못 잡은 것이다.
'작은 정부'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추구하는 'MB실용정부'는 재정확대에 따르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바로 돈을 많이 갖고 있는 부자와 기업들이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부자가 소비를 늘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적극 도와주도록 하며,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는 부자와 기업이 돈을 쓰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1억~2억원에 이르는 수입자동차를 사거나 하룻밤 술값으로 수천만 원을 쓰는 등 과시적 소비를 할 돈을 많아도 남을 돕거나 내수를 늘리기 위해 소비할 돈은 없다고 한다. 기업들도 번 돈을 쌓아놓고 재테크할 돈은 있어도 성장동력 확충에 투자하는 것은 극도로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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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실용정부는 이런 부자와 기업들이 돈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부자가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섬으로써 존경받고 사회적 명예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투자하려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자들이 자신을 뽐낼 수 있는 방법은 과시적 소비였다. 기업은 이익만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과시적 베풂이 부자들을 돋보이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도 현재 이익보다는 성장잠재력 확충이 더 중요하다.
부자가 과시적 소비를 하다 성난 대중의 돌팔매를 받을까, 아니면 과시적 베풂을 통해 이웃들에게서 사랑과 존경을 받을까. 기업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 미래 경쟁에서 이탈할까, 아니면 지속적 발전을 추구할까. 정부가 할 일은 부자와 기업이 후자의 길을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10조원, 아니 그 이상을 뿌리는 것보다 부자와 기업을 움직이는 것이 어렵지만 효과는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