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17시간 밤샘시위 후방지원이 더셌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6.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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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보급기지, 각종 물품 실시간 공급

- 女카페'화장발' 오토바이 게시판 '라이더스'등 앞장
- 인터넷통해 자발적으로 성금모아
-2000인분 김밥, 생수, 담요,수건등 시위대에 전달






꼬박 17시간이었다.

지난 31일 오후 3시쯤부터 서울광장과 대학로 등 곳곳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경찰의 강제연행과 진압에 사실상 촛불시위가 해산된 때는 다음날인 1일 오전 7시50분 남짓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수만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면서 버텨냈다. 밤을 완전히 샌 숫자만 5000여 명이 넘는다. 특히 이날은 경찰이 지난달 2일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시위대에게 살수차를 사용했다.

'물대포'에 흠뻑 젖고도 이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쉴새없는 '후방지원'의 공이 컸다. 시위대의 보급기지는 '인터넷', 보급로는 '게시판'과 '휴대폰'이었다.

1일 오전3시가 넘은 시간 경복궁 옆 삼청동 길목. 이곳에서 경찰과 5시간 가까이 대치한 시위대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있었다.


시위대 후미에 4~5대의 오토바이들이 수시로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생수와 김밥을 상자 채로 날랐다. 이들은 스스로를 디시인사이드에 '라이더스 갤러리' 회원들이라고 밝혔다. 이 갤러리는 오토바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시판이다.

한 운전자는 "디시인사이드 음식, 기타 갤러리에 닉네임 '독신녀'가 제안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했다"며 "우리 '라이더스 갤러리'는 배달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밤새 힘들게 버티는 시위대를 그냥 둬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 새벽 우리 갤러리 회원 10여 명이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 네티즌들은 2000인분의 김밥과 생수를 시위대에게 전달했다.

동이 터 오를 무렵에는 젊은 여성 20여 명이 양손 가득 봉투에 물품을 넣어왔다. 다음의 비공개카페 '화장발'의 회원들이다. 이 카페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다.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자 시위대가 괴로워하고 있다↑경찰이 소화기를 뿌리자 시위대가 괴로워하고 있다


이들은 31일 저녁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경찰의 강경진압 소식을 듣고 다시 나왔다고 했다.

후원해 달라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자 새벽시간임에도 불과 30분 만에 50여 만 원이 모였단다.

카페 회원 최모(35)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패션관련 카페에서도 많이 동참하고 있다"며 "20~30대 여성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을 줄 알지만 더 똘똘 뭉치는 게 나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수건, 담요, 이불, 초콜릿, 이온음료 등 이들이 사온 물품은 시위대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이 밖에도 밤새 언론보도와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각종 지원물품을 사오는 네티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앞서 3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는 시민들의 성금으로 아이스크림 4000여 개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강제연행 및 진압에 나서 1일 오전 7시50분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220여 명이 연행됐다. 이날 새벽에는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해킹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으며 경찰은 촛불시위 강제해산에 반대하는 해커의 소행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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