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에 창녀찾기, '자본 모순고발'vs'약자조롱'

조철희 기자 2008.05.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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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작가의 '포스트 1945' 퍼포먼스에 등장한 '성매매여성찾기' 안내문의 이미지.<br>
↑김홍석 작가의 '포스트 1945' 퍼포먼스에 등장한 '성매매여성찾기' 안내문의 이미지.


지난달 17일 '창녀찾기 퍼포먼스'를 벌였던 김홍석(44·상명대 공연학부 교수) 작가와 해당 작품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김 작가에 대한 안티퍼포먼스까지 등장한데 이어 퍼포먼스에 등장한 성매매여성이 배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작가는 이날 '한국사회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고발'을 기획의도로 내걸고 관객 속에 섞여 있는 실제 성매매여성을 찾는 퍼포먼스 '포스트 1945'를 진행했다.



전시장 안에 '지금 이곳에 의도적으로 창녀가 초대됐다. 개막행사에 3시간 참석하는 조건으로 60만원을 작가로부터 받는다. 이 창녀를 찾아낸 분은 작가로부터 대가로 120만원을 받게 된다'는 안내문을 걸어 놓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실제로 갤러리 인턴직원이 성매매여성을 찾아냈고 김 작가로부터 120만원을 받았다. 성매매여성 역시 6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퍼포먼스 직후 김 작가는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단체들로부터 인권침해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김 작가와 '포스트 1945'에 대한 '안티퍼포먼스'까지 열리기도 했다.

지난 18일 김 작가의 '밖으로 들어가기' 전시가 열리고 있던 국제갤러리 앞에서는 '인간말종찾기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여러 시민단체에서 나온 안티퍼포먼스 참석자들은 '김홍석을 찾으면 120원을 드립니다'와 같은 푯말을 들고 갤러리 주변에 서있었다.

퍼포먼스 속 성매매여성이 배우인 것으로 밝혀진 직후인 21일 김 작가는"내 작업에 관련된 기사들은 오보라고 본다"며 "왜곡이 많이 돼 더이상 말하기가 힘들다"고 심정을 밝혔다.


국제갤러리 심아빈 큐레이터는 김 작가를 대신해 "성매매여성이 배우라는 사실 역시 작품 전체 구조의 일부로 작가가 구상한 것으로 안다"며 "작가는 이같은 허구적 이야기에 관객이 속아넘어간 것을 노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스트 1945'의 경우 한번 더 관객이 속아넘어갈 수 있는 허구 속의 허구"라며 "퍼포먼스가 자극적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연호 대안영상문화발전소아이공 대표는 "퍼포먼스 속 성매매여성이 배우였다고 해도 이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이 입었던 상처는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의 모순을 고발하려 했다는 김 작가의 의도에 대해 "관객이라는 불특정 다수의 성찰 지점에 약자와 소수자들을 끌어들여 희롱한 속임수"라며 "새로운 예술을 표방하면서 자본주의적 마인드를 작동시킨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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