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공천 탈락 후 탈당했다고 해서 이명박(MB)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MB 지지율 급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유다. 강재섭 대표는 "조급"에 무게를 싣는다. MB의 부지런함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른바 '얼리 버드(early bird)'도 원인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와대 참모들은 이미 지쳤다.
게다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그들이 청와대 밖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MB 측근들이 청와대의 정무 기능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 김무성은 홍보 문제를 꼽았다. 대통령의 여러 메시지 중 전달해야 할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대통령이 최근 축산 농가를 방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걱정이 많은 축산 농가들이다. 그러면 피해 대책 등이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돼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소 비상구 문제가 톱 뉴스로 나갔다. 청와대 홍보팀의 무능이다".
지지율 급락의 당사자인 MB는 '교만'과 '소통 부재'를 자인했다. 지난 15일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그동안)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소통을 위해선 눈높이를 '낮추는' 것보다 '맞추는' 게 중요하다. MB의 반성뿐 아니라 MB 참모들의 마음가짐도 필요한 때다.
MB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대선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대선 로고송을 정할 때다. MB맨들은 일이 끝난 늦은 밤 노래방에 가 방을 잡아 놓곤 옆방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 지 정보를 모았다.
마이크 한 번 잡지 못한 채 남의 노래만 듣는 '고통(?)'을 감수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로꾸꺼' '넌 내게 반했어' '무릎팍송' 등은 한나라당의 옛 이미지를 한번에 날렸다.
MB맨들은 당시의 교훈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청와대 사무실에 야전 침대를 갖다 놓고 밤새 일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래방에 가 옆방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게 소통의 시작일 듯 하다. '인적 쇄신' 같은 것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