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참모와 노래방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5.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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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 "총체적 무능을 보는 것 같다." 현 정부를 향한 비판이다. 얼마 전까지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었던 무소속 김무성 의원의 쓴소리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공천 탈락 후 탈당했다고 해서 이명박(MB)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MB 지지율 급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김무성의 비판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한나라당 안에 있건, MB의 측근이건 고개를 끄덕인다. '총체적 난국' '인적 쇄신' 등 정권 후반기에나 나올 법한 말들이 취임 100일도 안 된 시점에 공공연히 떠돈다.

#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유다. 강재섭 대표는 "조급"에 무게를 싣는다. MB의 부지런함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MB가 너무 많이 다니고 그 현장에서 말을 쏟아 내면서 의도치 않은 피로감을 불러 오고 있다는 설명도 한다.

이른바 '얼리 버드(early bird)'도 원인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와대 참모들은 이미 지쳤다.

게다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그들이 청와대 밖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MB 측근들이 청와대의 정무 기능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 김무성은 홍보 문제를 꼽았다. 대통령의 여러 메시지 중 전달해야 할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대통령이 최근 축산 농가를 방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걱정이 많은 축산 농가들이다. 그러면 피해 대책 등이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돼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소 비상구 문제가 톱 뉴스로 나갔다. 청와대 홍보팀의 무능이다".

지지율 급락의 당사자인 MB는 '교만'과 '소통 부재'를 자인했다. 지난 15일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그동안)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소통을 위해선 눈높이를 '낮추는' 것보다 '맞추는' 게 중요하다. MB의 반성뿐 아니라 MB 참모들의 마음가짐도 필요한 때다.

MB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대선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대선 로고송을 정할 때다. MB맨들은 일이 끝난 늦은 밤 노래방에 가 방을 잡아 놓곤 옆방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 지 정보를 모았다.

마이크 한 번 잡지 못한 채 남의 노래만 듣는 '고통(?)'을 감수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그 결과는 대박이었다. '로꾸꺼' '넌 내게 반했어' '무릎팍송' 등은 한나라당의 옛 이미지를 한번에 날렸다.

MB맨들은 당시의 교훈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청와대 사무실에 야전 침대를 갖다 놓고 밤새 일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래방에 가 옆방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게 소통의 시작일 듯 하다. '인적 쇄신' 같은 것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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