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떼쓰는두살, 아이의 한계테스트

이서경 푸른소나무소아정신과 원장 2008.04.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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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초등학교 2학년인 세민이(가명) 엄마는 걱정이 많다. 아이가 스스로 학원 시간도 챙기고 숙제도 했으면 좋겠는데, 일일이 엄마가 얘기를 해 줘야 한다.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알아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세민이 엄마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상담을 원했다. 면담을 해 보니 엄마는 학습 부분에서만 스스로 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지, 어릴 적부터 세민이의 자율성을 기르는 것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젖먹이의 발목에 끈을 매달아 모빌에 연결해 놓으면 아이가 발을 움직이는 횟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어른들이 모빌을 흔들어 주었을 때와는 달리 아이 스스로가 모빌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다.

생후 2세가 되면 뭐든지 혼자서 해 보려고 한다. 밥도 스스로 먹으려고 하고, 옷도 자기가 입겠다고 하고, 때로는 도가 지나쳐 혼자 하겠다고 떼를 부리기도 한다. 이것은 아이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끊임없이 시험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런 자율성을 획득하려는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능력과 한계도 점차 인식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자율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이렇게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을 권장하는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공부나 식사하기 등 특정 부분에서만 강조한다고 그 분야에 대한 능력이 성취되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 전반에서 격려해야 한다.

아이가 혼자서 하다가 실수를 했다고 혼내거나, “고집 부리지 말고 해 주는 대로 가만히 있어”라고 윽박을 지르면 아이는 위축되고 자율성은 더 줄어들게 된다. 또 아이가 스스로 하다가 실수를 했을 때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라고 빈정대는 것도 아이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혼자서 시도한 것을 칭찬해 주고,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모가 일방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결정을 해 주기보다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 “오늘은 날씨가 더우니까 이거 입어”라고 입을 옷을 결정해 주거나 “아침에 멸치 먹었으니까 점심은 계란 먹어”라고 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 안에서 아이가 최종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이가 자율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먼 미래의 결과가 동기로 작용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과자를 앞에 두고 10분간 참으면 더 많은 과자를 주겠다고 하고, 중간에 먹으면 과자를 조금만 준다고 하자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과자를 먹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아이들은 아직 ‘조삼모사’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 해야 나중에 돈도 많이 벌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숙제 다 하고 나면 밖에 나가 놀 수 있다든지, 컴퓨터를 할 수 있다든지 하는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에 아이들을 움직이기가 더 쉽다는 것도 기억해 두면 좋다.

자율성을 기르는 첫 단계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하는 것을 장려하는 가정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자발적으로 했을 때 훨씬 더 좋은 결과 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부모가 시간과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지켜보고, 무엇인가를 자발적으로 할 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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