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 장관의 컴백에 많은 기대를 가졌던 사람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의 책임을 지고 쓸쓸하게 쫓겨난 뒤 10년 동안 재야에 머무르면서, 응어리를 담금질하며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21C형 경제정책의 아이디어를 다듬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가 1인 연구소인 디지털경제연구소를 만든 것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했다. 장-차관을 지낸 고위 관료들이 로펌이나 대기업의 고문으로 들어가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디지털시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는 참신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강 장관이 취임 후 내놓고 있는 경제정책이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뜻하는 ‘747 공약’을 만들어 낸 장본인답게 강 장관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방관 내지 조장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이 올라 수출이 잘되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며 기대에서다. 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금리부담을 낮춰 투자와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겨야 소득이 늘어나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며 안정된 생활이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올리고 내수기업과 소비자에겐 부담이 되는 부작용이 있다. 금리인하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와 구매력 축속 및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종부세 부담완화는 부동산값 및 생활비 상승을 초래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강 장관의 신념은 ‘자율과 시장주의’였다. 규제가 많을수록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가 커지고, 부패를 키워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에 대해선 ‘넓고 얇고 고르게’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세법의 미비한 점을 악용해 세금을 아예 내지 않거나 소득에 비해 적게 내는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되 ‘유리지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샐러리맨의 세금을 깎아줘야 조세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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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MB노믹스’의 전도사로 거듭난 강 장관에게서 이런 신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1970~80년대의 불도저식 개발주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강 장관이 자신의 색(色)과 소신을 버렸기 때문일까?
강 장관이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좋은 장관으로 마무리하려면 위(대통령)만 보지 말고 아래(국민과 경제)를 살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잘못하면 부도나는 5년 만기 채권이지만 국민은 영원히 계속되는 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