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쇄신, 무엇을 어떻게 할까?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4.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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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검 2차 조사 후 귀가 길에 던진 '경영쇄신'의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삼성 측에서는 특검 결과 '잘못이 있을 경우'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경영쇄신의 방안으로 전략기획실의 폐지와 지주회사로의 전환 등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닌 추측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다만 이번 특검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삼성그룹의 창립 70주년 내에 최대 위기상황인 이번 특검사태에 대한 입장정리와 함께 삼성 그룹 내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말한 '경영쇄신'에 대한 질문에 "어떤 형태인지 회장의 의중을 알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지만 큰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회장은 위기의 순간 때마다 삼성의 뿌리부터 흔드는 화두를 던지면서 삼성을 오늘에까지 이끌어왔다는 점을 볼 때 이번 특검 정국 이후 삼성에 나타날 변화도 삼성 그룹 전체를 흔들만한 변화가 예상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그동안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잠재울 수 있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기업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관행'의 고리를 끊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경영권 승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저가발행 논란을 해소하는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에서는 이 회장에게서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는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가는 이루어질 '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특검을 계기로 경영권 승계논란을 잠재우고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현재 41세인 이재용 전무가 이 회장이 삼성호를 처음 이끌었던 나이인 46세가 되는 5년 이내에는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5년 후면 이 회장의 나이도 고희를 맞기 때문에 그 시점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이상해보이지는 않는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검 이후 당장의 경영쇄신은 이같은 장기 프랜보다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특검 결과 잘못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략기획실'이 그 타겟이 가능성이 높다. 삼성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전략기획실이 이번 경영권 승계나 비자금 관리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특검에서 밝혀질 경우 전략기획실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도 참고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지난 2005년 X파일사건이 터진 이후 이듬해 2월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이를 전략기획실로 전환한 바 있다.

따라서 전략기획실 기능을 축소 혹은 폐지하고 각 계열사의 자율 경영체제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은 그동안 매주 수요일 50여개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수요회의'를 통해 임원들의 교양수업과 함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또 그 이전 구조본 시절에는 이학수 실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11인 구조조정위원회를 통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해왔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될 경우 이같은 각 계열사 사장단 중심의 집단 경영체제 및 자율경영체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은 차제에 금융과 제조부문으로의 지주회사 전환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도 발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의 수사발표에서 어느 정도의 사법처리가 결정되느냐에 따라 밑바닥부터의 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런 경우 새 출발의 의미에서 대폭의 인사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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