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張펀드 실험 2년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3.3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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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펀드 실험 2년<上>]주총 역할 살리고 개인 호응 얻은 것은 성과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을 기치로 2006년 4월 출범한 `장하성펀드'(정식 명칭 :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LKCGF))가 출범 후 두번째 주주총회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주총에서 장펀드는 모두 8개 기업 주총 중 4개 기업에 `트로이목마'로서 사외이사, 혹은 감사를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표면적 성공률은 높지 않아도 장펀드가 경영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인수.합병(M&A)펀드가 아니라 해당 기업에 불과 5% 내외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펀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로 볼 수 있다. 장펀드는 주총 과정을 통해 투자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점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고, 다수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호응도 얻어냈다.



 그러나 실리적인 면에서는 장펀드의 실험은 여전히 미완성이고 논란거리다. 무엇보다 장펀드가 손을 댄 기업에서 현저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숱한 법정분쟁 등에서 파생되는 유ㆍ무형의 사회적 비용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못지않게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있다' '소수 지분으로 잘 나가는 회사를 뒤흔들고 있다' 등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주총,드디어 의결기구 역할을 하다=올해 주주총회에서 장펀드는 총 4개 기업과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하면서 한국전기초자, 한솔제지 (2,385원 0.00%)에 감사를, 삼양제넥스 (213,500원 ▲2,500 +1.2%), 동원개발 (2,625원 ▲15 +0.57%)에 사외이사를 선임시키는데 성공했다.

벽산건설 (0원 %),대한제분 (139,100원 ▼400 -0.29%),성지건설 (671원 ▲116 +20.9%),에스에프에이 (25,400원 ▼150 -0.59%) 주총에서는 임원선임에 실패했다. 그러나 성지건설 주총에서는 별다른 반대 없이 사실상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고, 에스에프에이에서는 경영진이 제안한 사내이사 1인과 감사 1인을 좌절시키는데 성공했다. 벽산건설에서는 2년 연속 실패했지만, '게임도 안될 것'이라던 업계의 관측을 비웃듯 기관과 개미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주주 1인'차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장하성펀드의 운용을 맡고 있는 라자드자산운용 한국지점의 동일권 대표는 올해 주총결과에 대해 "100%만족할 수는 없지만 70%는 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는 "임원선임 결과만 놓고 보면 50%성공이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많은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며 "부족한 부문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법적인 수단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총회가 드디어 의결기관의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장하성 펀드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지수 미국변호사는 "그간 주총은 경영진이 제시한 의안에 대해 '거수기'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주총이 올해부터 서서히 의결기관의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소액주주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그는 '상법 최고결의 기관은 주주총회다. 주총에서 소액주주들도 의안을 감시하고 반대해야한다'는 주장을 내세워왔다. 때문에 직원이 80%이상 참석, 오전에 시작해 점심시간 이전에 후닥닥 마무리짓던 주총장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개미들의 높아지는 호응 역시 장 펀드로서는 큰 성과다. 이 변호사는 "벽산건설 주총처럼 소액주주들의 호응이 좋은 경우는 처음 봤다"며 "비록 주주1인표에 불과한 20만여표차로 임원선임에는 실패했지만, 개미들의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점은 확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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