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불끄기'···공천갈등 수습은 '글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3.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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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비주류 당내투쟁 선언...이상득 불출마 논란 계속될 듯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를 향한 공천 책임론에다 계파간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나온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강 대표는 2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충정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선 과반 이상을 얻지 못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당 대표인 자신이 선거결과에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사면초가에 몰린 당의 위기상황에서 나온 '극약처방'의 성격이 강하다.



당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 총선 민심에 구애하는 동시에 얽히고설킨 당내 갈등을 일거에 잠재우기 위한 다목적 셈법으로 읽힌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결과를 강하게 비난하고 강 대표를 겨냥해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총선 후보 46명도 '무원칙 공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탓하며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에만도 당 지도부에 대한 공천 책임론, 이상득 불출마론, '친박-친이'간 계파 갈등이 난마처럼 어우러져 당내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강 대표는 이런 혼란상을 의식한 듯 "제가 사퇴한 이상 더 이상 공천 결과에 시비하지 말라"며 당내 시비를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 부의장에 대한 용퇴 요구와 관련해서는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더 이상 계파적 이해관계로 싸우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신이 '십자가'를 진 희생양이 됐으니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달라는 것이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강 대표는 이번 공천이 국민눈높이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 갈등이 확산되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 대표의 기대와 달리 당내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계파 몰락이라는 위기에 처한 박 전 대표가 이미 비주류 당내 시위에 나선 이상 '친이-친박'간 계파 갈등은 총선 이후 당권 투쟁으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이 부의장의 거취를 둔 논란도 쉽게 사그라들기 힘들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이 부의장에 대한 불출마 요구는 표면적으로 공천 책임론과 맞닿아 있다. 새 정부 장관 인사에 이어 공천 작업을 주도한 이 부의장의 '월권'으로 무원칙 공천이 이뤄졌다는 것이 이상득 불출마론의 바탕을 이룬다.

하지만 한꺼풀 더 들여다 보면 이면에는 '친이계' 내부의 권력투쟁이 자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당권을 노리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대선 이후 '조정자'에서 독자세력화한 이 부의장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실제 이날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식 요구한 46명의 공천 확정자 중 상당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이날 성명에 동참한 이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이재오가 이상득 불출마 주장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이재오가 움직인다는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한 총선 후보는 "이 전 최고위원쪽에서 이 부의장 낙마를 위해 푸시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대통령의 형만 공천을 받은 '형님공천'에 대한 불만이 당내에 널리 퍼져있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이 부의장의 이런 갈등 기류는 총선 정국을 넘어 올 7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미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두 사람이 당권을 놓고 직접 경쟁하지는 않겠지만 이 부의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이 전 최고위원을 견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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