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해치백 자동차는 골프를 모델로 해서 개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의 i30에서도 골프의 느낌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i30를 골프와 푸조의 307SW와 비교시승을 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거나 아니면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들도 골프는 유럽의 C 세그먼트(1500∼2000㏄) 차종 중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 (249,500원 ▲3,500 +1.42%)의 이번 비교시승이 ‘무리한 도전’이라고 생각한 것은 기자만의 판단이 아니었다. 현대차의 주행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최광년 한국모터스포츠협회(KMSA ; Korea MotorSports Association) 단장은 시승에 앞서 실시된 안전교육에서 “현대자동차 i30과 폭스바겐 골프를 비교한다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현대차가 이를 어떻게 만회하려고 이번 비교시승을 갖는지 우려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번 비교시승을 할 수 있던 배경은 i30의 주력시장인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의 고장인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bild)>는 ‘i30, 폭스바겐 골프를 추월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스페인 내 유력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하는 ‘올해의 차(COTY)’에서 아시아 브랜드 최초로 i30이 피아트500, 포드 몬데오 등을 제치고 올해의 차 사상 최다 득표, 최대 득표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i30이 아직 골프를 앞지르지는 못했다는 것이 비교시승에 참가한 자동차 기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또 최광년 단장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i30가 골프에 크게 뒤지는 것은 아니며 가격 등의 면까지 감안하면 매우 매력적인 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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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국내상품팀 과장도 “i30이 골프를 능가하지는 못하지만 골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교시승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가속력ㆍ운동성은 골프, 거주성ㆍ정숙성은 i30
비교시승에 나선 세 차량의 제원은 비슷하다. 단지 해치백이 아니라 왜건형인 푸조 307SW가 전장과 전고는 눈에 보이게 크다. 스타일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307SW는 이번 비교시승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가속력에 있어서는 i30보다는 골프가 앞서는 듯 했다. 그러나 골프와의 마력수에서 7마력 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i30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특히 i30은 스텝 게이트 타입 4단 변속기가 장착돼 있지만 골프는 팁트로닉 6단 변속기가 장착돼 가속력에 있어서 출력이 앞선다.
그러나 i30은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에 안정성 및 실내 거주성 등은 골프에 비해 우수했다.
정병권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수석연구원은 “넓직한 실내공간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동성능을 포기하고 휠베이스를 길게 개발한 것”이라며 “이는 고객의 니즈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느냐 차이”라고 설명했다.
최광년 단장은 “운동성을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는 골프가 더 나을 수 있지만 실내 공간 등을 동시에 고려할 경우 i30이 절충적인 면에서는 더 낫다”고 말했다.
◆“추구 방향 다르다는 점 인정해야”
급정지 능력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상황에서 핸들을 놓았을 때나 급차선 변경 시 i30이나 골프 모두 차체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정지했다. 하지만 정숙성에 있어서는 i30이 앞서는 듯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특히 소음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i30은 에어로 블레이드 와이퍼,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전 모델 EBD-ABS 기본 적용과 듀얼 에어백 기본 적용, 스마트 키 등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던 장치들을 다수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현대차는 i30을 유럽 공략 차종으로 개발했다. 그래서 i30의 국내 판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왕인성 현대차 판매기획팀 차장은 “해치백 모델 중 과거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유럽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이었으며 기대 이상으로 국내 판매가 늘어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i30은 유럽 수출물량이 월 7000대 정도이며 국내에서 2000~3000대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