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30의 자신감…안락함으로 승부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08.03.2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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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현대i30 vs 폭스바겐 골프 비교시승

MBC의 <무한도전>이 생각났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i30과 ‘해치백(차 뒤쪽에 위 아래로 여닫을 수 있는 문이 달린 차량)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폭스바겐의 골프와는 비교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했다.

전 세계의 해치백 자동차는 골프를 모델로 해서 개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의 i30에서도 골프의 느낌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i30를 골프와 푸조의 307SW와 비교시승을 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거나 아니면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들도 골프는 유럽의 C 세그먼트(1500∼2000㏄) 차종 중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19일 충남 서산의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에서 i30 2.0과 폭스바겐 골프 2.0 FSI(2006년에 이미 판매가 단종 된 모델), 푸조 307SW와 비교시승 행사를 가졌다. i30은 국내외에서 1600cc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고 골프는 TDI 모델을 307SW는 HDi를 국내 주력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비교를 위해 2000cc급 가솔린 모델로 비교시승을 하게 됐다.
i30의 자신감…안락함으로 승부


이번 비교시승은 슬라럼(Slalom. 일정간격 놓여 진 장애물을 좌우로 피하는 주행), 급선회와 급정거, 고속 선회, 등판능력, 고속주행 등으로 구성된 코스를 세 가지 차종으로 달려 비교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현대차 (249,500원 ▲3,500 +1.42%)의 이번 비교시승이 ‘무리한 도전’이라고 생각한 것은 기자만의 판단이 아니었다. 현대차의 주행테스트를 담당하고 있는 최광년 한국모터스포츠협회(KMSA ; Korea MotorSports Association) 단장은 시승에 앞서 실시된 안전교육에서 “현대자동차 i30과 폭스바겐 골프를 비교한다는 게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현대차가 이를 어떻게 만회하려고 이번 비교시승을 갖는지 우려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도 i30이 아직 골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교시승회를 가진 이유에 대해 임종헌 현대차 국내 마케팅실장(이사)은 “수입차가 무조건 좋다는 환상을 깨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번 비교시승을 할 수 있던 배경은 i30의 주력시장인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의 고장인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bild)>는 ‘i30, 폭스바겐 골프를 추월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고 스페인 내 유력 자동차 전문가들이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하는 ‘올해의 차(COTY)’에서 아시아 브랜드 최초로 i30이 피아트500, 포드 몬데오 등을 제치고 올해의 차 사상 최다 득표, 최대 득표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i30이 아직 골프를 앞지르지는 못했다는 것이 비교시승에 참가한 자동차 기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또 최광년 단장도 같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i30가 골프에 크게 뒤지는 것은 아니며 가격 등의 면까지 감안하면 매우 매력적인 차라 할 수 있다.


김영국 국내상품팀 과장도 “i30이 골프를 능가하지는 못하지만 골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교시승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가속력ㆍ운동성은 골프, 거주성ㆍ정숙성은 i30



비교시승에 나선 세 차량의 제원은 비슷하다. 단지 해치백이 아니라 왜건형인 푸조 307SW가 전장과 전고는 눈에 보이게 크다. 스타일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307SW는 이번 비교시승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i30의 자신감…안락함으로 승부
i30은 골프에 비해 전장(40mm)과 전폭(15mm)에서 다소 크며 전고에 있어서는 골프가 5mm 크다. 배기량에 있어서는 i30은 1975cc, 골프는 1984cc이며 최고출력(ps/rpm)과 최대 토크(kgㆍm/rpm)는 i30은 143/6000, 19.0/4600, 골프는 150/6500, 20.4/3500으로 전반적인 힘은 i30이 밀린다.

가속력에 있어서는 i30보다는 골프가 앞서는 듯 했다. 그러나 골프와의 마력수에서 7마력 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i30이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특히 i30은 스텝 게이트 타입 4단 변속기가 장착돼 있지만 골프는 팁트로닉 6단 변속기가 장착돼 가속력에 있어서 출력이 앞선다.
i30의 자신감…안락함으로 승부
운동성능에서도 i30은 골프에 다소 밀린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i30은 골프에 비해 뒷바퀴가 많이 밀리는 등 차체 제어능력이 떨어졌다. 핸들링 성능에 있어서도 골프가 조금 더 좋았다. 이는 골프의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가 i30보다 짧아 민첩성 등 운동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30은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에 안정성 및 실내 거주성 등은 골프에 비해 우수했다.

정병권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수석연구원은 “넓직한 실내공간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동성능을 포기하고 휠베이스를 길게 개발한 것”이라며 “이는 고객의 니즈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느냐 차이”라고 설명했다.



최광년 단장은 “운동성을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는 골프가 더 나을 수 있지만 실내 공간 등을 동시에 고려할 경우 i30이 절충적인 면에서는 더 낫다”고 말했다.

◆“추구 방향 다르다는 점 인정해야”

급정지 능력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상황에서 핸들을 놓았을 때나 급차선 변경 시 i30이나 골프 모두 차체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정지했다. 하지만 정숙성에 있어서는 i30이 앞서는 듯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특히 소음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i30은 에어로 블레이드 와이퍼,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전 모델 EBD-ABS 기본 적용과 듀얼 에어백 기본 적용, 스마트 키 등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던 장치들을 다수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현대차는 i30을 유럽 공략 차종으로 개발했다. 그래서 i30의 국내 판매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왕인성 현대차 판매기획팀 차장은 “해치백 모델 중 과거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유럽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이었으며 기대 이상으로 국내 판매가 늘어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i30은 유럽 수출물량이 월 7000대 정도이며 국내에서 2000~3000대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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