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1면거리 안만드는' 정부를..

머니투데이 방형국 건설부동산부장 2008.02.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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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참여정부 시대에 쓰는 마지막 회다. 정해져 있는 편집 일정상 다음 칼럼은 이명박정권 들어서 쓰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동안에는 칼럼쓰기가 무척 쉬웠다.

8.31대책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쏟아져 나왔고, 포퓰리즘, 반시장정책, 버블세븐, 종부세, 집값 담함, 실거래가 신고제, 반값 아파트, 여러 신도시 등…. 쓸거리가 넘쳐 칼럼 쓰기가 수월했다. 제목만 잘 붙이면 클릭수를 2만건 넘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기자가 되어 글쓰기가 쉬웠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다. 오늘을 생각지 않고 살았다는 것 밖에 되지 않아서다. 참여정부시대. 각종 부동산 이슈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사회 근간을 흔들었다.

부동산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쓸거리가 너무 많아 고민할 틈도, 필요도 없었다. 신문제작도 편했다. 부동산 기사들을 1면에 자주 올릴 수 있었고, 3면에 해설 기사도 지겨울만큼 써댔다.



참여정부 시절, 고민없이 쓴 칼럼이나 기사가 있어 독자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면 사과를 드린다.

MB시대에는 쓸거리를 찾아 고민을 많이 한, 그래서 많은 독자들과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칼럼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집값 기사가 1면과 3면에 자주 나가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사회 간접자본시설인 집에 관한 기사들이 언론 헤드라인을 자주 장식하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불안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5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평가에서는 많은 손해를 보는 것 같다. 노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손해가 적잖다. 대통령 자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함부로 한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집값에 관해서도 많은 막말을 했다. "지금 집 샀다가 피눈물 흘리게 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남, 버블 세븐 등 특정 지역을 꼬집어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는 발언이나, 그의 참모들이 부동산 5적(賊) 운운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막말들이다.

의도적이고 계산된 막말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 아닌,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봤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주택공급을 규제하고, 가진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 이데올로기를 근저로 부동산 현안에 접근, 이념 성격이 강한 규제를 양산했다.

하지만 시장이 이데올로기 규제에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의도와 달리 참여정부 5년 내내 집값은 크게 뛰었고, 최근에는 강북-소형 집값마저 들썩거리고 있다.

노 대통령이 부동산시장에서 잘못만 한 것은 아니다. 실거래가 신고제를 정착시킨 것은 참여정부의 커다란 업적이다. 다만 잘못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할 뿐이다.



다운계약서, 업계약서 등이 관행이 된 시장에 투명한 거래를 하도록 유도한 것은 두고두고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몸이 편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몸이 불편하면 마음은 편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각종 사건 사고 등으로 기사거리가 많으면 몸은 불편하지만, 일만하면 되기 때문에 몸은 편하고 머리는 맑다.

새정부 들어서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어 기사를 찾느라 몸도 마음도 불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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